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직 등 법정 비근로자
경력관리 시스템 구축, 공제회 설립 등 지원
'결제대금 예치 시스템'으로 임금체불 방지
민주당 "개인사업자 성격 강조 땐 동의 못해"
양대노총 "노동약자 지위 신설은 갈라치기"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등 근로자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이 여당인 국민의힘 당론으로 추진된다. 해당 법 입법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부는 입법을 지원하고 노동약자 보호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26일 국회에서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노동약자는 노동을 제공하지만 현행법상 근로자로 규정되지 않아 노동관계법 보호망 바깥에 있는 이들을 의미한다. 특수고용노동자(88만 명), 플랫폼노동자(55만 명),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334만 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정은 노동약자지원법을 '기댈 언덕법'으로 이름 붙이고 연내 당론 발의를 결의했다. 법안은 노동약자의 복지 증진과 분쟁 조정, 임금체불 방지와 안전한 노동환경 확보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우선 노동약자 일터에 휴게시설과 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마땅한 휴식공간이 없어 특히 폭염기에 어려움을 겪어온 배달기사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직한 노동약자에게는 소액의 생계비를 지급한다.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구직과 재취업에 시간이 걸리는 방문교사, 중장비 운전기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제정 및 보급하고 국가 차원에서 법률 상담과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임금체불 방지를 목표로 '예치 시스템'을 도입한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작가가 의뢰인과 계약을 맺을 경우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미리 예치하도록 해 일을 하고도 임금을 떼이거나 늦게 지급받는 일을 방지한다.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해 노동약자와 사업주 간 갈등을 중재한다. 조정안은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갖는 만큼 노동약자의 소송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노동약자 경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금까지 프리랜서, 플랫폼종사자 등은 일을 그만두고 나면 경력증명서를 떼기 어려워 은행 대출 등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 만큼 이들이 경력 증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불이익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법정 근로자가 아니라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노동약자를 위해 공제회 설립도 지원한다. 공제회에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복지 정책을 실행한다는 구상으로, 정부는 대중소상생협력기금 용도에 공제회 지원 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중심으로 노동약자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산하에 노동약자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노동약자들은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못 받는 게 현실"이라며 "(노동약자지원법은)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약자를 보호하고 고용 안정과 복지 증진, 공제회 설치 지원 등 정부와 국가가 책임지고 할 일을 망라했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야당에도 법안을 적극 설명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법 제정 이전이라도 노동약자 관련 예산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보', 양대노총 '강한 비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에 유보적 입장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이 법안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내용을 보고 나서 논의해봐야 한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보고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번 법안도 그런 방향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의 노동자성은 인정돼야 하고,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에 포괄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양대노총은 노동약자지원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약자를 법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를 '노동자 갈라치기'로 규정했고 법안의 실효성도 낮게 봤다. 한국노총은 "산업 안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 사회안전망 확보 등 노동자 보호의 핵심 내용은 법안에 하나도 없다"며 "노동약자라는 제3지대의 법률상 지위를 새로 만들면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노동 과정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라면 해당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하도록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라며 "빈수레에 불과한 노동약자지원법 대신 노조법 2·3조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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