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달러 투자 약속에도 "공정하지 않아"
자국 내 대규모 생산 시설 설립 압박 풀이
인도네시아 정부가 애플의 ‘1억 달러(약 1,399억 원) 투자’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세계 4대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시장에 신형 휴대폰을 판매하려는 애플이 기존 투자금의 10배를 제시했음에도 충분치 않다고 본 셈이다. 자국에 대규모 제조 시설을 지으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26일 인도네시아 안타라통신에 따르면 아구스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애플의 투자 제안을 평가한 결과, ‘공정성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이 150만 대에 불과한 베트남에는 제조 시설에 244조 루피아(약 21조 원)를 투자한 반면, 250만 대 이상 휴대폰을 파는 인도네시아에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교육 시설 설립 용도로 1조5,000억 루피아(약 1,320억 원)만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나 중국 샤오미 같은 경쟁 업체가 인도네시아에 각각 5억 달러(약 7,000억 원), 35억 달러(약 4조8,000억 원)를 투자해 현지 생산을 하는 것과 비교해도 애플의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제조 산업을 지키기 위해 자국에서 만든 부품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 휴대폰과 태블릿PC 등에 국내 부품 수준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증명서를 받지 못하면 현지에서 상품 판매 허가가 나지 않는다.
만일 이 사항을 지키기 어렵다면 부품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면 된다. 그러나 애플은 이를 충족하지 못해 지난달 말 아이폰16 판매가 금지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제품의 해외 구매도 차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치에 애플은 백기를 들었다. 이달 초 자카르타 남동부 반둥에 위치한 액세서리·부품 제조 공장에 1,000만 달러(약 139억 원)를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대(對)인도네시아 투자금을 1억 달러로 10배 증액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8,00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인구수보다도 많은 3억5,000만 대의 스마트폰이 사용되는 거대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한 투자 확대 결정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카르타사스미타 장관은 “우리는 애플이 인도네시아에 제조 시설을 설립할 것을 권고한다”며 “그렇게 하면 새로운 투자 계획을 제출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이나 태국처럼 자국을 아시아 생산 거점으로 삼으라는 얘기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추가 협상을 위해 애플 관계자들을 자국에 초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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