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색 엷은 의원들도 "사과할 일 있으면 사과해야"
친한계 "한동훈 리더십 상처 내려… 헤게모니 싸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쟁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초 '가십거리' 정도로 보였던 논란은 어느새 친윤석열(친윤)계와 친한동훈(친한)계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반사이익이 사실상 소멸한 가운데, 당이 빨리 자중지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한동훈 대표의 명쾌한 해명과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쪽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26일 본보와 통화에서 "한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진실을 빨리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킹이라면 거기에 맞춰서 대응하면 되고, 만에 하나 가족이 연관돼 있다면 국민께 죄송하다고 하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특히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이 공개 충돌한 모습 등을 거론하며 "당이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태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해명할 일이 있으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 대표를 향해선 "대통령께 건강한 비판을 많이 해왔는데,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이 이 같은 잣대로 한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립 성향의 영남 지역 의원은 "한 대표의 성의 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당원들 문자가 많이 온다"며 "'당원 눈높이'를 맞춰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한 대표 측의 법률적 대응이 상황을 외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논란이 제기된 후 20여 일 동안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1,068개의 게시글에 대한 전수조사 등을 실시하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여전히 '석연찮다'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관망 중인 한 초선 의원은 "가족이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니냐"며 "변죽만 울려서 상황이 해결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한계는 이런 주장을 '한동훈 끌어내리기'를 위한 공세로 받아들인다. 한 대표는 이날 취재진에게 "없는 분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날 "어떻게든 당대표인 저를 흔들고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도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셈이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결국 한 대표의 리더십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내년 전당대회까지 포함해 길게 보고 당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이상 이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논란 자체가 '자해적'이란 지적도 있다. 한 영남 지역 중진 의원은 "일반 국민들은 생계가 어려워서 허덕이는데 당원 게시판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게 중요한가"라며 "지금 확전을 시키는 게 의원들 입이지 않나. 그렇게들 할 일이 없나"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논란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국민께 너무 창피하다"며 "한 대표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한다고 보지만, 우리가 지금 이런 공방을 할 때냐"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자기 가족이 관련돼 있다면 해명을 해야 한다. 위법성 문제로 숨을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을 죽이기 위한 공작이라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대표가 인정을 한다면 그걸 빌미로 친윤계가 흔들려고 할 것"이라며 "위법성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논란은 사그라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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