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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한미약품그룹 분쟁에 '중립 행사'...경영권 향배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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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한미약품그룹 분쟁에 '중립 행사'...경영권 향배 오리무중

입력
2024.11.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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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 '중립 의결'
신동국 회장 이사회 진입 유력 가운데
고발·비방전 등 막판 표심 모으기 과열 우려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

국민연금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 향배를 가를 주주총회 안건에 '중립 행사' 하기로 결정했다.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고 당일 나오는 찬반 비율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결권도 얹어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총 막판까지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그간 빗발치던 고소·고발, 비방전이 더욱 악화하며 그룹 내 상흔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6일 회의를 통해 이틀 후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안건을 놓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중립 행사'로 결정했다. 안건은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과 △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회 이사 선임안이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장녀 임주현 회장 등 3인 연합은 이번 주총을 통해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에 5 대 4로 밀리는 이사회 이사 수를 6 대 5로 뒤집어 경영권을 되찾는 게 목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두 가지 모두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주총 당일 찬반 투표 비율대로 보유 지분을 나눠 행사한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따라 신 회장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현재 공익재단을 포함한 3인 연합의 최대 우호 지분은 44.97%인데, 국민연금의 지분 절반가량을 끌어올 경우 이사 선임 기준인 과반(50.0%)에 더욱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다만, 이사진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에 여전히 문턱이 높다. 특별 안건이어서 주총 통과 기준인 지분율 3분의 2(66.6%)를 넘겨야 하는데, 23%가량인 소액주주 지분 대다수를 끌어와야만 가능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형제 측은 현재 지분(25.62%)에 이어 추가로 7%가량만 지분을 끌어와도 국민연금의 지분을 얹어 저지가 가능하다. 연달아 임 부회장 이사 선임 안건도 무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형제 측과 3인 연합의 막판 표심 잡기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찬반 각각에 따라 표결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연금의 의결권도 더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가 어느 한쪽으로 몰아줄 경우 양측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도출해내는 것도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양측의 득표 비율에 따라 향후 이어질 경영권 분쟁에 승기를 잡을 수 있지만, 결국 이사진 5 대 5 상태로 분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총의 어떤 결과로도 결국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을 봉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3인 연합과 형제간 맞 고발로 그룹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3인 연합 측 박재현 대표가 있는 한미약품은 이날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이사를 서울경찰청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15일 임 대표가 3인 연합과 이들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를 위계 및 업무방해 협의로 고소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주 가족 간 갈등에 이어 신 회장, 최근에는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까지 가세하며 갈등이 다방면으로 중첩됐다"며 "양측이 이번 한미약품 주총 결과에 대해 불복해 가처분 신청과 집행 정지 신청 등까지 하면 사실상 그룹 내 업무 마비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형제 측은 이날 주총 승리를 통해 OCI와의 통합을 저지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다. 연합뉴스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형제 측은 이날 주총 승리를 통해 OCI와의 통합을 저지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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