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 탈레반 테러 블랙리스트 제외 법안 상정
크렘닌궁, 푸틴 승인해야 실제 합법 정부 인정 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더 츠불스키 아르한겔스크주 주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 테러리스트 조직을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을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함으로써 합법적 정부로 인정하는 길이 열린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테러리스트로 인정된 조직 등이 테러 활동을 중단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러시아 검찰총장 등의 신청에 따라 금지단체 지정을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탈레반을 합법적 정부를 인정해 러시아의 우군으로 삼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크렘린궁은 브리핑에서 러시아 하원에 관련 법원이 상정된 것과 관련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탈레반과 접촉하고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직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하원에서)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전날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방문해 탈레반 지도부와 경제, 교통, 안보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성명에서 쇼이구 서기가 탈레반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탈레반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려면 법안 처리에 더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인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탈레반과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실제 권력"이라며 금지된 테러단체 목록에서 삭제하려는 계획은 '객관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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