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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환승역 최다, 혼잡률 최고인 2호선을 혼자 운행?"... 지하철 승무원들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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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환승역 최다, 혼잡률 최고인 2호선을 혼자 운행?"... 지하철 승무원들 화났다

입력
2024.11.27 18:20
수정
2024.11.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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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조, 내달 6일 '총파업' 예고
1인 승무제 도입 계획 백지화 요구
기관사 업무 가중… 신속 대처 난관


"정차 양호, 열림, 승하차 확인!"

20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맨 뒤 4.9㎡(1.5평) 남짓한 공간. 차장 A씨가 차량이 적절한 위치에 정차했는지 살핀 뒤 구호를 되뇌었다. 스크린 도어에 부착된 전광판으로 출입문 개폐 상황을 확인하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승객들이 무사히 탑승했는지 점검한 그는 객실 내에 "열차 출입문 닫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이후 열차가 무사히 승강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후방을 응시하다 컴컴한 선로에 완전히 진입한 뒤에야 "후부 양호"라고 말하곤 잠시 숨을 돌렸다. 그는 이날 1시간 30분에 걸쳐 서울을 한 바퀴 도는 동안, 2분마다 정차하는 모든 승강장에서 같은 일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은 총길이 200m에 달하는 10량 열차로 운영되는데 맨 앞엔 기관사(운전), 맨 뒤엔 차장(안전관리 등) 총 2명이 탑승한다. 기관사는 전면을 주시하며 선로 상황이나 신호 체계를 살피고 차장은 정차 및 출발 시 승강장 상황을 확인해 각종 안전사고에 대응한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가 열차 승무원을 한 명으로 줄이는 '1인 승무제' 도입 움직임을 보여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내달 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각지대 감시 및 응급 대처 약화 우려

20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내 한 열차에서 차장 A씨가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상황판에서 승강장 개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노조 제공

20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내 한 열차에서 차장 A씨가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상황판에서 승강장 개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노조 제공

20일 한국일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지난해 말 공사가 작성한 '열차 승무방식 변경(차장 승무생략) 추진계획(안)'에는 자동운전신호설비(ATO) 등을 도입해 2호선 1인 승무제를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인력운영 효율화와 공사 경영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ATO는 기관사가 출발 버튼만 누르면 다음 역까지 스스로 운전하는 장비다.

노조는 1인 승무제 도입을 인력 감축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또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2호선은 하루 평균 216만 명이 이용하고 환승역이 21개에 달하는 최다 밀집도, 최고 혼잡률을 보이는 노선이다. 철도 사고도 가장 많은 노선이라고 한다. 차장이 맡던 안전 관리나 열차 내 응급 민원 처리, 안내방송까지 기관사가 짊어지면 업무 부담이 늘어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박병수 기관사는 "곡선 승강장이 많은 2호선은 CCTV에 안 잡히는 사각지대가 많아 차장이 육안으로 승강장을 살핀다"며 "홀로 운행하면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열차 운행 중 사고 건수 및 원인

열차 운행 중 사고 건수 및 원인

실제 최근 5년간(2020~2024년 6월) 열차 출입문 관련, 열차 내 사고, 승강장 발 빠짐 사고는 4,970건으로 열차 운행 중 전체 사고(1만7,138건)의 약 29%를 차지했다. 특히 출입문 관련 사고는 2020년 490건에서 지난해 840건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34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장마저 없으면 사고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응급 환자 초동 조치도 늦어질 공산이 크다. 통상 열차 앞쪽 기관사는 1~5칸을, 열차 뒤쪽 차장은 6~10칸을 맡아 열차나 승강장에서 발견된 환자에 대한 응급 조치를 시행한다. 이달 15일 2호선 잠실나루역에선 차장이 머리 출혈 환자를 발견해 역무원에게 신속히 인계했고, 10월 말 대림역에선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손진석 차장은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 과호흡 환자가 다수 발생한다"며 "기관사 혼자 있으면 신속한 응급 조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불안... 공사, "도입 여부 미정"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1인 승무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시민들도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박성규(72)씨는 "시민들이 제 발처럼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안전 문제에 너무 둔감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람을 대신할 ATO 기술력이 완전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인임 이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ATO는 자동차로 치면 일종의 '자동 기어'에 해당할 뿐"이라며 "날씨가 궂은 날엔 수동 운행을 해야 하는데 승무 인원을 반으로 줄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황당해했다.

일단 공사는 1인 승무제는 연구 용역 단계로 도입 여부나 시점을 결정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향후 공청회 등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연 기자
문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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