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출석 예정됐다가 의총 일정 탓 불발
황 "늦어도 가겠다는데 檢이 오지말라 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돈 봉투' 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황운하 조국혁신당(당시 민주당) 의원이 검찰 출석을 약속했다가 돌연 불출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다가 잡힌 출석 약속이 결국 불발된 것이다. 황 의원은 "당 일정 때문에 시간을 조금 늦춰달라고 했으나 검찰이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조사 없이 재판에 넘기거나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중에 하나를 고를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황 의원을 전날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26일 조사를 받겠다"는 황 의원 측과의 일정 조율에 따라 정해진 피의자 조사였다. 하지만 황 의원은 조사 예정일인 26일 갑자기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일정 등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황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지지' 조찬모임에서, 윤관석 전 의원에게 현금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당법은 당대표 선출 등을 목적으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돈 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해당 모임 참석자 10명 중에,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 허종식 의원은 돈 봉투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은 돈 봉투 제공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도 받았다.
하지만 황 의원과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은 연초부터 진행된 검찰의 출석 요구에 7, 8차례 불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회나 지역구 일정뿐 아니라 해외순방, 복통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황 의원이 검찰의 마지막 출석 요구에 일단 응했던 것을 '체포영장 방어를 위한 꼼수'로 보는 분석이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사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법원은 범죄의 상당성, 출석요구 불응 경위, 도망의 우려 등을 고려해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반 시민이 피의자인 경우, 한두 차례만 출석에 불응해도 그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면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한다"며 "출석 요구에 응하려 했으나 나랏일 때문에 불가피하게 조사받지 못했다는 논리를 만들어, 혹시 모를 체포영장 청구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오지말라고 한 것은 오히려 검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초 오전 11시에 가기로 했는데 의원총회가 잡혀 '늦게라도 가서 조사받겠다'고 했지만 검찰이 '오지말라'고 했다"며 "검찰의 임의출석 요구가 1분이라도 늦으면 안되는 헌법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돈 봉투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조찬모임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도 없는데 (돈 봉투를 수수한) 피의자로 지정해 놓고, 검찰이 정한 그 시간에 딱 맞춰 출석을 해야 하느냐"며 "출석 불응은 검찰의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돈 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 6명이 끝내 출석에 불응하면서, 검찰은 더 이상의 출석 요구가 무의미하다고 결론 내렸다. 수사팀은 ①피의자 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 ②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기록을 최종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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