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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주인 찾기만 쉬어도 유입 인구 더 늘어날 것”

입력
2024.11.27 16: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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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산 액티브 시니어 인터뷰

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권명숙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장(위쪽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 서임숙 북카페 지상의양식 대표, 이수훈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교육팀장 , 임혜숙 귀농인의집 공동운영자 , 주태관 귀농인의집 공동운영자가 지난 10월 14일 서산 북카페 지상의양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권명숙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장(위쪽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 서임숙 북카페 지상의양식 대표, 이수훈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교육팀장 , 임혜숙 귀농인의집 공동운영자 , 주태관 귀농인의집 공동운영자가 지난 10월 14일 서산 북카페 지상의양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_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서임숙 북카페 지상의양식 대표 : 어린 시절에 이사 온 후 죽 거주해 왔으니 서산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30여 년간 가구점, 인테리어 숍 등을 운영했는데, 자영업도 체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 시기가 오는 것 같다. 은퇴 이후 삶의 방식에 관해 고민하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책을 테마로 한 북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다. 만 4년이 되었다.

주태관 귀농인의집 운영자 : 서울 태생이다. 싱가포르항공 정비회사에서 일하다, 아시아나항공이 만들어지면서 귀국해 근무하다 55세에 정년퇴직했다. 서산에서 가장 도시와 먼 마을에 살고 있는데, 집도 혼자 지었다. 마을에 외지인은 우리 부부뿐이었다. 만 57세에 이주를 했는데 그때도 지금도 막내다. 서산에 내려올 때 뭘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는데, 우연히 농업기술센터의 귀농인 교육에 참여했다. 농사 지식은 물론 인맥을 쌓는 기반이 됐다. 지금 운영하는 귀농인의집도 기술센터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다. 무안 초당대학교 항공정비학과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서산으로 이주해 수도권 거주 시니어들이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누리고 있다.

임혜숙 귀농인의집 공동운영자 : 사람들이 성공한 귀농인, 귀촌인 하면 대개 소득이 얼마냐 이거부터 묻는데, 그건 의미가 없다. 소득보다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도 성공한 삶이다. 서울 충무로에서 피아노 보습학원을 운영하다 진학 상담으로 방향을 바꿔 10년간 일했다. 건강이 안 좋아 그만뒀고, 퇴원하면서 서산에 왔다. 여기서 건강이 좋아졌다.

권명숙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장 : 서산 해미가 고향이다. 공주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데, 처음엔 금방 그만둘 거로 생각했다. 일하다 보니 저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분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걸 들으며, 이분들의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수훈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교육팀장 : 수원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 고향이 서산이라 본적은 서산이다. 20년 가까이 주로 마늘·생강 농사에 대해 전국적으로 다니며 교육하고 있다.

_서산에 정주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인지.

임혜숙 귀농인의집 공동운영자

임혜숙 귀농인의집 공동운영자

임 :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거주지를 찾기 위해 은퇴 전 해에 1년 동안은 주말마다 돌아다녔다. 그러다 3월 말에 경기 가평 청평 양평을 돌아 횡성까지 본 다음날 충청도를 찾았다. 강원, 경기는 눈이 쌓여있는데, 충청 지역은 이미 농사를 시작했더라. 그래서 평생 살던 서울과 가깝고 교통도 편리하면서 기후가 온화한 충청도에서 은퇴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산을 선택한 것은 충청 지역에서도 땅값이 싼 편이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오갈 수 있는 지역 중 우리가 재정적으로 감당할 만한 가장 남쪽 지점인 것 같았다.

_귀농 귀촌한 외지인들이 적지 않을 텐데, 이들이 서산살이에서 느끼는 불만이 있다면.

주 : 농사로 생계에 보탬을 받으려고 계획한 귀농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수확한 농산물 판매다. 농사 기술은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향상되지만, 판로는 그렇지 못하다. 농업은 수매자가 늘 우위에 있는 시장이다. 그래도 역시 제일 큰 문제는 현지인들의 융화다. 농촌의 문화는 도시와 많이 다른데, 사생활 침범이 가장 큰 충돌점이다. 해결책은 현지인들에게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웃 일을 도우려 노력하며 좋은 평판을 꾸준히 쌓는 수밖에 없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마을회관 TV가 고장 났다고 도움을 요청해서 가봤더니 코드가 빠져 있었다. 실수를 바로 지적하면 어색해질 것 같아 한 10분 여기저기 살펴보다 코드를 꽂고 고쳤다고 말한 적도 있다.

_서 대표님은 서산 도시 지역에 쭉 사셨으니 농촌 생활과는 다를 텐데.

서임숙 북카페 지상의양식 대표

서임숙 북카페 지상의양식 대표

서 : 도시와 농촌 생활의 차이는 이제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서산시의 경우 원도심 구역인 번화로의 상권 공동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구도심 재생 사업 일환으로 청년창업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러한 사업에 청년층에게만으로 기회 제한을 둘 것이 아니라 경험 많은 장년, 고령층에게도 혜택을 다각화해보면 어떨지 생각한다.

임 : 구도심 재생뿐 아니라 지역소멸 극복 관련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청년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농촌 정착 지원사업도 주로 40세 이하에만 맞춰져 있는데, 지원이 끊기면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_지원이 끊기면 떠나는 청년을 붙잡기보다, 수도권 거주 은퇴자들이 생활비가 훨씬 저렴한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주하는 걸 유도하는 게 훨씬 성과가 클 것 같은데.

주태관 귀농인의집 운영자

주태관 귀농인의집 운영자

주 : 귀농인의집은 귀농이나 귀촌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한 달 살기 등 잠시 머물며 전원생활을 체험해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은퇴를 앞두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수도권에 집을 가지고 있으면, 임대료만으로도 서산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조언을 한다. 농업 경영인 자격을 획득하면 건강보험료가 반값이라 그것만으로도 100만 원은 절약할 수 있다. 그런 제안에 귀촌을 결심하고 이웃이 된 경우가 네 가족이나 된다. 은퇴가 한참 남은 젊은 세대 중에도 ‘5도 2촌’(일주일에 5일은 도시 2일은 농어촌)의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권 : 서산시는 도시지역에서 와서 농업경영체 등록한 귀농인이 연간 100여 명이고, 도시지역에서 농어촌으로 전입 신고한 귀촌인은 4,000명 정도인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구 유입 덕분에 인근 태안은 인구 소멸 지역이지만, 서산은 그렇지 않다.

-여러 비수도권 지자체가 귀농인의집 사업을 했지만, 성과가 별로 없다. 서산에서는 활발한 이유가 무엇인가.

주 : 다른 지자체에서는 지자체가 운영하지만, 서산시는 개인에게 넘겨준 거다. 당연히 사업 책임도 개인이 지게 했다. 개인이 운영하니까 귀농의집을 찾는 사람들이 지닌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이용객 대부분이 당장 귀농·귀촌을 생각하기보다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런 욕구가 충족되면 점점 자주 찾고 결국 귀농이나 귀촌을 결심하게 된다.

권명숙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장

권명숙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장

권 : 서산은 5도 2촌 생활에 가장 적합한 가장 수도권에서 먼 지역이다. 서울까지 2시간 거리이며 버스도 10분마다 있다.

주 : 서산에는 빈집이 꽤 있다. 이런 빈집 구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원래 살던 주인이 사망해 소유권이 자제들에게 넘어간 경우가 많은데 현 소유주의 연락처를 찾지 못해 구입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부터 세워야 한다.

_취재하다 보면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서 대표의 북카페 같은 공간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좋은 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서 :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어도, 작은 카페 같은 공간의 안락하고 다감한 느낌 또한 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중요한 포인트이다. 여러가지 문화이벤트를 시도해보지만, 개인으로서는 역부족이다. 지역 내 자생적 문화공간에 대한 지자체의 도움이 지원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권 : 개인적으로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여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평생학습관 등에서도 유사한 모임이나 강좌들을 열고 있다. 서산 해미에는 사회적기업이 옛 목욕탕을 개조해 살롱 문화처럼 연주회,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이수훈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교육팀장

이수훈 서산시농업기술센터 농업교육팀장


글 사진 정영오 논설위원
정리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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