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9%, 2026년 1.8% 성장 전망
금통위, 기준금리 3.25%→3% 인하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은 의견 갈려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했다. 2년 연속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며 "경기 하방 리스크(위험) 방어를 위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냈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3%로 0.25%포인트 내렸다. 한은이 금리를 연속으로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회 연속 인하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했던 점을 고려해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은 조사국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2%, 1.9%로 8월 전망(각각 2.4%, 2.1%) 대비 0.2%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성장률도 1.8%로 전망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성장률이 약 0.0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며, 금리 인하가 경기 하방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특히 내년 수출 증가율 둔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조사국은 올해와 내년 수출 증가율을 각각 6.3%, 1.5%로 전망하며 기존 예상보다 0.6%포인트, 1.4%포인트씩 낮췄다. 이 총재는 "경쟁국(중국)과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수출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직,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차지하는 '레드스위프(red sweep)'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고환율에 위원 2명 "동결" 소수의견
금리 인하를 둘러싼 금통위 내부 의견은 엇갈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고환율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는데,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될 경우 원화가치는 더욱 하락(환율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부총재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만 다수 금통위원은 외환 변동성 약화와 방어 수단의 충분함을 근거로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는 "최근에는 원화 절하 속도가 다른 화폐 대비 나쁘지 않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고 국민연금과 달러 스와프 액수도 확대해 재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금리 인하 발목을 잡았던 가계 부동산 대출 증가세는 둔화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출 규제 강화, 시중은행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세, 수요 둔화로 올해 2.3% 내년 1.9%로 0.2%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미국 신정부가 어떤 정책을 어떤 순서로 쓸지 불확실하다"며 2026년 성장률 전망에 대해 과도한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망의 불확실성 때문에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포워드 가이던스'도 의견이 나뉘었다. 위원 3명은 "인하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며 3개월 내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본 반면, 다른 3명은 "이번에 발표한 성장 전망 자체의 불확실성이 높아 향후 전망 변화에 따라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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