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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 필리핀 '대통령 암살' 발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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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 필리핀 '대통령 암살' 발언 일파만파

입력
2024.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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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두테르테 부통령 측근 형사 고발
부통령 "권력에서 몰아내려는 것" 반발
정치권, 시민사회도 부통령 탄핵 움직임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26일 마닐라 케손시의 한 병원에서 대통령 암살 발언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26일 마닐라 케손시의 한 병원에서 대통령 암살 발언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필리핀 부통령의 ‘유사시 대통령 암살’ 발언을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수사 당국은 발 빠르게 부통령 수사에 나섰고, 그를 감싸는 측근에 대한 형사 처벌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 주장마저 나오면서 정국은 더욱 혼란 속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28일 필리핀 GMA뉴스 등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 케손시티 경찰은 전날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의 경호원과 보좌진을 폭행 등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찰이 부통령의 예산 유용 수사를 방해한 부통령실 수석보좌관을 체포하려 하자 부통령 측이 제지하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경찰은 “공권력에 대한 저항과 불복종은 법 위반일 뿐 아니라 대중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두테르테 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나를 권력에서 몰아내고 싶어 한다. 나를 쫓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고 반발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인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겨냥한 암살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피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과 영부인 등을 죽이라고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궁이 “국가 원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번 발언을 국가 안보 문제로 대응하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필리핀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마닐라 케손시 하원 밖에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필리핀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마닐라 케손시 하원 밖에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두테르테 부통령은 정부가 이미 시일이 지난 사안을 경찰력까지 동원해 꺼내 드는 것은 ‘암살 발언’을 핑계 삼아 자신을 축출하려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화해는 더 이상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고도 주장했다.

상황은 두테르테 부통령에게 점차 불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은 29일 두테르테 부통령을 소환해 암살 위협 발언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통령은 형사상 면책 특권이 없는 만큼 경우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징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4세 상원의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게 됐다”며 “(탄핵)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필리핀 보수 단체 학생기독교운동과 교사연맹, 진보 정당 연합인 마카바얀 연합 등 시민사회 단체들도 탄핵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핀 정계를 대표하는 두 가문 출신인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러닝메이트를 이루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친중·친미 등 외교 노선을 두고 두 가문은 대립하기 시작했고, 헌법 개정 추진 등 국내 정치 문제를 두고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동맹이 깨졌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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