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갈매기는’ 27일 개봉 상영 중
다문화 편견, 고령화, 지방 소멸 등 짚어
“한국 떠나려는 주인공 모습 뒤로 희망 배치”
동해안 한 어촌의 젊은 어부 용수(박종환)는 얼굴이 어둡다. 어머니 판례(양희경), 베트남에서 온 아내 영란(카작)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는 세상을 속이기로 마음먹는다. 조업하다 바다에 빠져 숨진 것처럼 해 보험금을 타내려 한다. 아버지 같은 선장 영국(윤주상)이 ‘사기극’을 돕는다. 하지만 용수의 계획은 곧 틀어진다.
'불도저를 탄 소녀'로 주목받은 신진 감독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27일 개봉)은 어촌에서 벌어지는 한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오늘을 짚는다. 지난달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과 KB 뉴 커런츠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을 받았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박이웅 감독을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지금 국내 독립영화계가 주목하는 영화인 중 한 명이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계획대로라면 첫 장편영화여야 했다. “2008년 부산 기장군부터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약 15일 동안 동해안을 따라 차로 훑으며 첫 작품으로 준비”했던 영화다. “차에서 주로 자며 새벽녘부터 여러 어촌들을 관찰하고 취재”해 시나리오를 쓴 후 2년가량 제작을 타진했다. 투자가 따르지 않았고, 박 감독은 “좀 더 대중적이라 생각하는” ‘불도저를 탄 소녀’(2022)로 데뷔했다. 지방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교통사고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소녀를 스크린 중심에 세운 영화다. 사채와 지방 정치 비리 등을 묘사하며 한국 사회의 어둠을 살핀 이 영화로 박 감독은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안았다.
죽어야 살 수 있는 젊은 어부의 아이러니
잠들어 있던 ‘아침바다 갈매기는’을 깨운 이는 안병래 프로듀서다. ‘불도저를 탄 소녀’를 함께했던 안 프로듀서의 영화화 제안에 박 감독은 시나리오를 다시 꺼냈고, 3개월 수정을 거쳐 연출에 들어갔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어설픈 용수의 보험사기극을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지방공동체의 폐쇄성, 소멸 위기 지방의 현실, 노인의 고독과 빈곤 문제 등을 두루 들여다본다. 한국 사회의 현실이 축약돼 있다 할 수 있다. 특히 살기 위해 ‘죽음’을 택해야 하는 용수의 처지가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대변한다. 영국과 용수를 따라가다 보면 냉기 어린 우리 사회를 체감하면서도 작은 희망의 빛 줄기를 발견하게 된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 수정을 위해) 동해안을 다시 찾아가 보니 (지난 15년가량 동안) 고령화가 더 많이 진행됐고, 다문화 현상이 강해졌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의도치 않게 관객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가 숙성된 셈이다. 그는 “용수가 한국을 떠나려 하는 모습이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으나 저는 희망의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며 “관객들이 이를 찾아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영화와 거리 멀었던 윤주상, 양희경의 열연
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배우들이나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배우 윤주상과 양희경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점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윤주상이 영화 주연을 맡기는 ‘유령’(1999) 이후 25년 만이고, 양희경은 생애 첫 주연이다. 박 감독은 “윤 선배는 안 해본 거 해보고 싶다며 출연해 주셨다”고 전했다. 양희경은 원하던 장면을 다 못 찍어 아쉬워하던 박 감독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추가 촬영을 자청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다음 영화는 대중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관객들이 멱살 잡혀 끌려가듯 끝까지 갈 수 있는 이야기라면 뭐든 쓸 것”이라며 “지금은 조선시대 배경 사극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사극은 제작비가 200억 원이 될 수도 있겠죠? 70억 원 정도가 들어갈 스릴러도 만들 수 있고요. (연출) 의뢰를 받아 개발 중인 시나리오가 하나 있는데, 뇌 이식을 받는 여자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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