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4일 표결 처리키로 했다. 직무 독립성이 있는 헌법기관의 장인 감사원장을 국회가 탄핵 소추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장관, 검사에 이어 급기야 헌법기관장까지 탄핵몰이를 하는 거대야당의 극단적 행동은 매우 우려스럽다. 하지만 ‘편파 감사’ 논란으로 이런 사태를 초래한 감사원 또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사유로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감사 봐주기 논란 △국감 자료 미제출로 인한 국회 증언감정 법률 위반 소지 등을 들고 있다. 비판받아야 마땅한 것들이지만 과연 엄격한 탄핵 요건을 충족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감사 업무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지금까지 14명에 대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거나 의결했다. 4일 본회의에서 최 원장과 함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 탄핵안도 처리하겠다고 하니 18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문제만 생기면 최후의 카드여야 할 탄핵으로 해결하려 하는 거대 야당의 무소불위식 횡포에 가깝다.
최 원장은 어제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감사원은 그렇게 떳떳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감사원은 태양광 사업, 서해 공무원 피살, 사드 배치 지연, 집값 통계 조작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사건 감사를 몰아치듯 진행했다. 반면 현 정부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는 1년 9개월을 질질 끌다 면죄부를 줬다. ‘관저 이전’에 무자격 업체가 어떻게 선정됐는지가 핵심이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쏙 빼고 무턱대고 “추천자가 김건희 여사는 아니다”고 적었다. 최 원장은 “조사 내용은 전부 감사보고서에 담았다”고 하는데 부실 감사를 자인하는 셈 아닌가.
최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 국정지원기관”이라고까지 했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이었다. 최소한의 자성 모습이라도 보여야, 국민들도 민주당에 탄핵 횡포를 멈추라고 엄중히 주문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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