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탓에 가을 야구 완주 못 한 속내 밝혀
"1%의 희망 갖고 해봤지만 안 돼"
"주장이자, 선배로 끌고 갔어야 했는데..."
"2등 뺏길 수 있었지만 지켜내 좋은 시즌"
‘사자 군단’의 캡틴 구자욱(31·삼성)은 모처럼 가장 긴 시즌을 보냈다. 가을 야구의 마지막 무대 한국시리즈까지 다 치르고 한 해를 마무리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개막 전 약체 평가를 딛고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뿌듯한 성과지만 가슴 한편엔 무릎 부상으로 한국시리즈를 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최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구자욱은 “주장으로 신경을 쓴 부분이 많았고, 감정도 많이 쓰다 보니까 좀 더 힘든 시즌이 됐다”며 “그래도 동료들이 잘 따라와주고 구단에서 도움을 줘 1년 내내 큰 힘을 받으면서 했다”고 돌아봤다. LG와 플레이오프 2차전 당시 도루를 하다 왼 무릎을 다쳐 여전히 재활 중인 그는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계속 쉬었다”고도 근황을 전했다.
2024시즌 구자욱은 타율 0.343에 33홈런 115타점이라는 눈부신 성적표를 남겼으나 지금 무릎을 보면 마음이 쓰리다. 가을 야구의 여운이 가신 뒤 속내를 꺼낸 그는 “사실 무릎이 (경기를 뛸 상태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안 아프다고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의 희망을 갖고 해보려고 했지만 그것조차 안 됐다. 선수들은 엄청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이는데, 난 잘 안되니까 속상하고 미안했다”며 “주장이자, 선배로 같이 선수들을 끌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면서 시리즈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그 시간들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무릎을 다친 뒤 곧바로 교체하지 않고 주루 플레이를 이어나간 것도 후회되는 부분이다. 구자욱은 플레이오프 2차전 1회말 2아웃에 안타를 치고 후속 타자 르윈 디아즈 타석 때 2루 베이스를 훔쳤다. 하지만 슬라이딩 과정에서 극심한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트레이너가 상태를 살필 때 일단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디아즈의 적시타에 다리를 절뚝거리며 홈을 밟았다. 그리고 2회초 수비 때 바로 교체됐다.
구자욱은 “처음엔 무릎이 빠진 느낌이길래 트레이너를 불렀는데, 무릎이 움직여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제발 홈까지 잘 들어가서 붕대라도 감고 뛸 수 있으면 뛰어 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스킵 동작 때 첫 발을 딛는 순간 안 되겠더라”면서 “처음부터 빠르게 대처를 했더라면 회복이 더 빨랐을 것 같은데,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고 있는 상황에 교체해달라는 신호 자체가 팀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이라 생각해 ‘플레이를 끝까지 하고 빠지자’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치고 빠른 회복을 위해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 치료원까지 2박 3일로 다녀와 일말의 회복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동료들이 따낸 한국시리즈 티켓 덕분에 9년 만의 시리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구자욱은 “우리가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어 2등도 뺏길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했는데도 선수들이 잘 이겨내 자리를 지켰다”며 “아쉽게 우승은 못 했지만 충분히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고마워했다.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닮고 싶은 팀이기도 하다. 구자욱은 “KIA 선수들이 부러웠다. 팀 전력에 웅장함이 있었고, 너무나 거대하게 보였다”며 “이번 시즌 KIA처럼 누가 봐도 강한 팀이 된다면 한국시리즈는 보다 잘 될 것이다. 선수들이나 팬들이 여유롭게 볼 수 있는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싶다”고 소망했다.
두 번째로 높은 곳에서 시즌을 끝냈지만 구자욱은 만족을 모른다. 동료들 역시 올해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해나갔으면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약체 평가를 뒤집을 수 있어 좋았지만 올해만 야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해야 된다. 올해 잘했다고 내년에 잘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올해 처음 잘한 선수도 많아 자만하면 안 된다”며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이 돕고, 나 또한 더욱 노력해야 한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이) 허투루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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