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29분께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난간과 충돌했다. 연합뉴스
눈길 교통사고로 11m 높이 교량에서 떨어질 뻔한 운전자를 맨손으로 45분간 잡아줘 구조한 소방관 소식은 가뜩이나 답답한 국민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지난 27일 오전 9시 29분쯤 경북 안동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미끄러져 난간에 충돌했다. 60대 운전자의 하반신이 교량 난간 밖으로 빠져나간 아찔한 상황이었다. 처음엔 차량 내부에 이불이 쌓여 있어 운전자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치워 보니 상체만 겨우 운전석에 걸려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이를 최초로 발견해 교량 난간 아래로 손을 뻗어 겨우 운전자 손만 잡고 버틴 영웅이 경북도소방본부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박준현(34) 소방교다.
15분 뒤 구조대 본대가 도착했지만 혹시 모를 추락 때문에 교대하지 않았다. 대신 펌프차에 있던 로프로 위험에 처한 운전자의 팔을 휘감아 다른 구조대원 2명과 연결시켰다고 한다. 그런 상태로 박 소방교와 운전자가 계속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니 구조대 모두의 활약상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체 일부가 교량 아래로 떨어지고, 운전자 몸이 땅바닥 쪽으로 내려가는 공포 상황에서 운전자가 발버둥쳤다. 그때마다 박 소방교는 온 힘을 다해 운전자를 안정시켰다. 곧이어 교량 아래 국도에 에어매트가 깔리고 굴절차가 도착했다.
국민 안전과 생사의 최일선에서 투철한 책임감으로 소방관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번 구조처럼 좁고 위험한 공간에서, 눈이 내리고 손이 얼어붙는 조건에서 사투를 벌이기 마련이다. 박 소방교는 “아이가 '자랑스럽고 용감한 아빠'라고 말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극한적 위험과 두려움을 오직 책임감으로 이겨낸 사회적 포상이 그저 일회성 칭찬과 격려로 그쳐선 안 될 일이다.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400명 넘게 다친다. 정부는 열악한 처우 개선과 현장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6년째 동결돼 민간의 절반도 안 되는 간병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부터 제복의 영웅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풍산119안전센터 구급대원 박준현 소방교.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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