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강원 양구군에 있는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를 찾았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 구조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다. 지난겨울 발견된 산양 1,042마리 사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가 양구군과 화천군에서 발견된 것을 감안하면, 이 센터의 역할은 더 막중하다.
센터에서 먼저 눈길을 끈 건 건물과 가장 가까운 방사장 속 사람에게 다가오는 산양 두 마리였다. 이 중 유독 사람을 따르는 한 마리는 2010년쯤 경북 영양군에서 2개월령 때 구조됐는데 치료 도중 사람을 따르게 돼 방사 시기를 놓쳐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뿔도 깎인 상태였고 한쪽 뒷다리도 불편해 보였다. 풀을 건네니 받아먹었고, 방사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눈치였다. 산양의 수명이 10~15년이라고 하니 사람으로 치면 80~90세 정도일 거다.
전국에 1,000~2,000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산양을 이렇게나 가까이 볼 수 있다니, 더구나 사람을 따르기까지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웠지만 아무리 사람이 잘 돌봐 준다고 해도 평생을 좁은 곳에서 살아왔다니 안타까운 마음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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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산양 36마리가 야생성 정도에 따라 세 개의 방사장에 나뉘어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지난겨울 구조된 산양 6마리도 있다. 센터는 지난겨울 총 17마리를 구조해 4마리를 방사했고 남은 13마리 가운데 안타깝게도 7마리가 죽었다. 조재운 산양·사향노루센터장은 현장에서 뿔을 당겼을 때 버티는 정도만 봐도 살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굶주림과 탈진이 심한 상태라면 살아있을 때 발견됐어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센터에 있는 산양들 가운데는 야생에 돌아갈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개체들도 있고, 이곳에서 태어나 3, 4세가 되면 방사될 새끼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을 회복시키고 부상을 치료하는 것만큼 야생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 보였다.
센터 관계자들은 "산양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은 적이 있었나"라고 얘기할 만큼 여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운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이 산양 보호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합동대책까지 내놓았을 정도다. 올해는 구조된 산양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이 지원됐고, 인력도 보강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도 있다. 폭설이 내린 지난 27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 산양의 이동을 위해 부분 개방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지점을 돌아보니 울타리가 훼손된 곳이 있었고, 모니터링을 위해 달아놓은 무인 카메라는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군부대 지역 내 있는 부분 개방 지점에는 윤형 철조망이 놓여있기도 했다. 국방부와 제때 협의가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폭설로 인한 울타리 훼손과 군부대와의 협조 필요성을 제기한 본보 보도(11월 28일 자) 이후 환경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울타리는 즉시 보수할 예정이며 '양구·화천권역 산양보전 협의체'에 군부대도 참여해 신속한 산양 구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 가면 된다. 산양이 올겨울을 무사히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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