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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못 살겠어" 투병에 지친 뇌종양 아내에 농약 먹인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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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못 살겠어" 투병에 지친 뇌종양 아내에 농약 먹인 남편

입력
2024.11.30 11:30
수정
2024.11.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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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투병과 간병 지친 노부부
같이 죽기로 했으나 아내만 숨져
춘천지법 "죄책은 가볍지 않다"
범행 동기 등 감안, 징역형 집행유예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7년에 걸친 투병 생활과 뇌종양 판정으로 삶을 비관한 아내의 요청에 농약을 먹이고 함께 생을 마감하려 한 남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 김성래)는 지난 28일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7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의 아내 B(72)씨는 2017년부터 자주 넘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지고 시력도 나빠졌다. B씨가 병원에는 가진 않아 정확한 병명도 몰랐다. 2023년 12월부터는 남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일상 생활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투병하던 올해 5월 7일 B씨가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되자 부부는 절망에 빠졌다. 결국 두 사람은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자녀에게 이런 비참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하루 뒤 극심한 통증을 느낀 B씨는 남편에게 "여보, 나 있잖아. 이대로는 못 살아. 농약을 좀 갖고 와. 먹고 죽게 해줘"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에 A씨는 농업용 살충제를 들고 와 먼저 일부를 마시고, 남은 일부를 B씨에게 먹였는데, B씨만 약독물 중독으로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범행했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생명을 빼앗은 이 사건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44년간 결혼 생활을 해온 피해자가 뇌종양 등으로 신체적 고통이 극심한 상황에서 살해달라고 요청하자 피고인도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으로 범행에 이른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자녀의 선처 탄원과 피고인이 고령에 농약을 마신 후유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도 감안됐다.

한국일보는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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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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