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서 전직 배우에 당했다 주장
검찰은 "계획적 범행... 죄질 나빠" 7년 구형
공갈 혐의 전직 배우는 혐의 대부분 인정
배우 고 이선균씨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전직 영화배우. 뉴스1
배우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이 법정 최후 변론에서 자신도 '피해자'라며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기소된 전직 영화배우의 '1인 2역' 연극에 당했다는 논리다. 검찰은 두 피고인이 각각 징역 7년형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달 25일 인천지법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 심리로 411호 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 수의를 입은 두 여성이 변호인들 사이에서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선균씨에게 연락해 "휴대폰이 해킹돼 협박 받고 있는데 입막음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3억 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A(30)씨, 그리고 별도로 이씨를 협박해 1억을 요구하며 실제 5,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전직 영화배우 B(29)씨였다. 이들에게 돈을 뜯긴 이씨는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12월 사망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공동 피고인인 B씨가 A씨를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을 해 돈을 받아내게 했다"며 "과거에 많은 범죄를 저지른 B씨가A씨를 조종하고 협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A씨는 B씨의 1인 2역 연극에 당한 피해자"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과거 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은 A씨와 B씨는 2022년 9월부터 아파트에 함께 지낼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A씨는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B씨에 대해 "가족 같이 지내며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한 사이"라 말했다. 조사 결과, B씨는 마약류를 투약한 A씨가 유명 연예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생활까지 알게 되면서 '두 얼굴'로 범행에 나섰다. 뒤에선 '해킹범' 행세를 하며 A씨에게 이씨와의 관계 폭로를 겁주며 1억 원을 요구하면서 A씨 앞에선 "언니"라 부르며 협박 받는 상황에서 대처법을 조언했다. A씨는 B씨를 협박범으로 의심하면서도 확신까진 못하다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수감된 뒤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오빠(이씨)를 지키려 돈을 협박범에게 빨리 주고 끝내고 싶었다"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오빠를 협박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돈을 받아내려고 일부러 피해자와 통화하면서 마약 내용을 언급하고 녹음한 것 아니냐"는 검사의 추궁에는 A씨는 "협박범이 제 휴대폰을 해킹해 모든 걸 안다고 봤고, 오빠를 대비시키려 한 것"이라 답했다. A씨는 또 "협박범이 1억 원을 요구했지만 B씨가 '1억 원이 아니라 3억 원을 이씨에게 달라하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해 실제로 그렇게 했다'며 이씨에게 돈을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B씨 조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법정에서 "A씨는 협박범의 요구를 피해자에게 전달만 했다고 주장하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돈을 뜯은 사건에서 공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A씨가 피해자가 유명인인 사실을 악용해 차명 휴대폰(대포폰)을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도 불량하다"며 징역 7년 구형 이유를 밝혔다.
B씨는 그동안 재판에서 혐의를 사실상 모두 인정했다. 그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수사 중반 이후부터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고 사실대로 진술했고, 수감생활을 하며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두 사람의 선고는 다음 달 19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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