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복역… 트럼프가 퇴임 직전 사면
선거자금 후원자… 혼맥 활용 출세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 2기 주프랑스 미국대사로 사돈을 지명했다. 탈세 전과가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 찰스 쿠슈너(70)다.
기소 검사에게도 보복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뉴저지 출신 찰스 쿠슈너를 주프랑스 미국대사 후보로 지명해 기쁘다”며 “그는 대단한 업계 리더, 자선사업가 겸 협상가로 우리나라와 그 이익의 강력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찰스 쿠슈너는 트럼프 당선자의 맏사위(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의 부친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그(찰스 쿠슈너)의 아들 재러드는 백악관에서 나와 긴밀히 협력했다”며 집권 1기 때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하며 재러드 쿠슈너가 깊숙이 개입한 아브라함 협정 등을 거론했다. 2020년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 간 정식 외교 관계 수립 합의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재했다.
트럼프 당선자와의 혼맥은 쿠슈너 지명자에게 여러 선물을 안겼다. 일단 전과를 털었다. 쿠슈너는 탈세 및 불법 선거자금 제공, 증인 대상 보복, 거짓 증언 등 혐의로 기소돼 2004년 유죄를 인정한 뒤 이듬해 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매형에게 앙심을 품고 매춘부를 매수해 매형과 성관계를 갖게 한 뒤 해당 장면이 찍힌 비디오 테이프를 누나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임기 말 측근 등 26명을 사면하면서 쿠슈너도 명단에 포함했다. 형기를 마친 쿠슈너가 자선사업에 헌신했다는 게 이유였다.
복수에도 성공했다. 쿠슈너를 기소한 검사는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다. 2016년 그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위해 뛰었고 트럼프 당선 뒤 정권 인수팀을 이끌게 됐다. 그러나 크리스티가 뉴저지 주지사로 선출된 2009년 이방카와 결혼한 쿠슈너의 아들 재러드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크리스티는 쫓겨났고 ‘반(反)트럼프’로 전향했다.
허드슨강 양쪽의 제국
트럼프와 쿠슈너를 묶은 것은 부동산이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 2세인 쿠슈너는 부친의 아파트 사업에 간여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부동산 개발업에 투신해 거부를 축적했다. 트럼프와 쿠슈너 가문은 각각 허드슨강 양쪽인 뉴욕, 뉴저지에 거대한 부동산 제국을 건설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쿠슈너는 사면을 받은 뒤 선거자금을 후원하며 사돈인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고, 반대급부로 주프랑스 대사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쿠슈너 지명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리는 가장 오래된 동맹국이자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와 미국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27년 중반까지 재임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 중 트럼프 당선자와 무역 이슈 및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결정을 두고 이견을 노출했으며, 근 3년 러시아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서방이 어느 정도 지원해야 하느냐를 두고도 현재 대립각이 첨예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임기는 2029년 1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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