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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죠, 오토바이는?"… 배달 공화국엔 '이륜 주차 인프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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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죠, 오토바이는?"… 배달 공화국엔 '이륜 주차 인프라'가 없다

입력
2024.12.03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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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주차 공간 원해도 이륜차는 '불가'
지자체 "차단기 인식 안 되고 민원 잦아"
"자투리 공간 활용 등 대안 모색해야"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공영주차장 차단기 앞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강예진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공영주차장 차단기 앞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강예진 기자


'우리 주차장은 이륜차 이용을 금지합니다. (이륜차 주차 시) 고발 조치될 수 있으니 즉시 출차 바랍니다.'

(경기 화성시 공영주차장 안내문)

10월에 오토바이를 타고 경기 화성시 공영주차장을 찾은 한모(29)씨는 차단기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관리 직원이 "이륜차는 못 들어간다"며 막아세웠다. 돈을 내고 주차하겠다는데, 왜 오토바이만 못 대게 하는 걸까. 한씨는 화성시에 민원을 넣었다. 그랬더니 화성시에선 "앞으로는 이륜차도 수용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바뀐 건 화성시 관할 주차장들뿐이다. 다른 공영주차장에선 여전히 "오토바이 안 돼요"란 답만 돌아온다. 그는 "네 바퀴 자동차에 비해 이륜차 주차 공간 확보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주차장 자투리 공간이라도 내줬으면 좋겠다"며 "주차할 곳이 없으니 길거리에 불법 주차하는 오토바이가 늘어나는 게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연간 온라인으로 주문되는 음식 서비스 규모가 26조 원(통계청 2023년 자료)에 달하는 '배달 천국'이 됐지만, 정작 '배달의 주역' 오토바이는 주차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특히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용주차장에서마저 이륜차를 받지 않아, 국가가 사실상 이륜차 불법 주정차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주차장에서 밀리고, 시민은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 때문에 고통받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륜차 주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높다.

"자전거 주차장에 대야 하나요?''

최근 6년간 이륜차 불법 주정차 신고 현황

최근 6년간 이륜차 불법 주정차 신고 현황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연간 접수된 이륜자동차(원동기를 단 이륜차)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2018년 2,300여 건에서 지난해 9만2,600여 건으로 5년 새 약 38배나 늘었다. 각 지자체에선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고 주차된 오토바이와 관련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배달 오토바이들이 비워둬야 할 안전지대를 이용하거나, 자기 편의를 위해 주차를 함부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오토바이 불법 주차 문제를 모두 운전자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배달 공화국엔 정작 '이륜차 주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년째 서울 중랑구에서 배달 일을 하는 A씨는 "배달을 나가 정식 주차공간에 대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다"며 "배달하는 동안 할 수 없이 자전거 보관소에 주차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10월 경기 화성시 공영주차장에 부착된 안내판에 이륜차는 주차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한씨 제공

10월 경기 화성시 공영주차장에 부착된 안내판에 이륜차는 주차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한씨 제공

오토바이 출퇴근족들에게 정식 주차장의 존재는 더 절실하다. 오토바이로 출퇴근한다는 김모(35)씨도 "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한적한 곳에 세우지만, (관리가 안 되는 곳에 세우니) 넘어지고 부서지는 경우가 많다"며 "저도 월 주차비를 내고 정당하게 주차장을 이용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심영수(36)씨도 "오토바이를 밖에 대면 꼭 헬멧을 훔쳐가거나 배달 상자를 열어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주차 공간을 찾아 30분 넘게 헤맨 날도 있어 주차장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륜차 주차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꽤 됐지만, 공영주차장 운영 주체인 지자체는 사실상 이런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이 뒤에 달려 있어 차단기가 인식할 수 없고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잦으며 △일반 차량 주차를 위한 자리도 충분치 않다는 이유다.

상당수 서울 자치구들도 공영주차장에서 이륜차 주차를 받지 않는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월 정기권을 끊고 정식 등록된 오토바이가 한 대 있다"며 "이마저도 '자리가 부족한데 웬 오토바이냐'며 민원이 들어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차공간 제공+단속' 병행해야

지난달 19일 서울 성동구의 이륜차 전용 주차장에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강예진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성동구의 이륜차 전용 주차장에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강예진 기자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륜차 주차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차장이나 역 주변 등 '자투리 땅'을 활용한다면 공간 확보도 어렵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성동구와 금천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 남는 공간을 활용해 이륜차 주차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일본에선 건물마다 수요를 조사해 이륜차 주차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대신 불법 주정차를 엄격히 단속한다"며 "권고 수준에 머무르는 이륜차 주차 제도를 구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차난 해결을 위해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고지 증명제 등 주차 공간이 확보된 후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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