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립이 결국 나라 살림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4조1,000억 원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는 태세다. 예산안의 경우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도 할 수 있다. 특히 예산은 국회에 심의 확정권이 있어, 대통령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4조1,000억 원 감액에 대해 “정부 예산안은 재정수입을 계속 악화시키면서도 권력기관 특활비와 고위공무원 월급은 증액한 반면 복지 및 의료 급여 예산은 축소하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예비비 2조4,000억 원과 대통령 비서실, 검찰, 감사원, 경찰청의 특별활동비 전액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예비비가 불투명하게 사용됐고, 권력기관들이 특활비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태 등을 볼 때 관련 예산 삭감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액 삭감하는 것은 태풍 같은 예상치 못한 재해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고, 검경과 감사원의 활동에 제약이 된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산마저 줄이는 것은 정부 대응이 어려워져 침체의 골을 더 깊게 한다. 결국 취약계층의 고통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장해 온 민주당 입장에도 어긋난다. 민주당은 일단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 부족한 예산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적시에 예산을 집행하기 어려워진다.
정부와 민주당은 각자의 힘만으로는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양보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끝까지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예산 심사 기한에 얽매이지 말고 합의를 중재해야 한다. 나라 살림까지 정쟁 대상으로 왜곡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국민은 여야 모두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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