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의제' 삭제하고 '일자리 창출' 강조
CEO는 보수 팟캐스트 출연, 마러라고 방문
머스크 등 기업가 출신 참모들도 관심 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미국 대기업들이 전례 없을 정도로 뚜렷한 '보수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환심을 얻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친(親)민주당 성향의 진보적 의제나 관련 표현을 삭제하는가 하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은 보수 성향 팟캐스트 출연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관심 끌어야"… '친공화당 시각' 조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례적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입품 고율 관세 등 트럼프 당선자의 주요 경제 정책에 적응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가상화폐 △기업 인수합병(M&A) 등과 관련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게 신문의 진단이다.
WSJ에 따르면 각 기업에 대한 로비스트들의 조언은 '친공화당·트럼프 시각을 내세우라'는 것이다. 가령 한 로비스트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한 '2020 미국 대선 투표 인증을 하지 않은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 금지'와 같은 기업 정책을 없애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 청정에너지 회사는 '웹사이트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섹션을 없애고, 일자리 창출 등 친공화당적 이슈에 집중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보수 팟캐스트도 기업들의 주목 대상이다. 예컨대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조 로건 등에게 '우리 기업 임원을 출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조 로건은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10월 젊은 남성 유권자 공략을 위해 출연해 3시간가량 대담을 진행했던 팟캐스트의 진행자다. 보수 성향 정치 논평가인 벤 셔피로의 팟캐스트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와 '마러라고 미팅', 예약도 어려워
직접 발 벗고 뛰는 CEO들도 많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달 27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트럼프 당선자와 저녁 식사를 했고,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도 지난주 트럼프 당선자의 '팁 면세' 공약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만났다. WSJ는 "현재 트럼프와의 '마러라고 미팅' 예약은 매우 힘들다"며 "로비스트들은 기업들에 '인내심을 갖고 (마러라고 만남을) 기다릴 동안 공화당과의 관계를 강화하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자뿐 아니라 '기업가 출신' 백악관 참모들도 기업들의 접촉 대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비벡 라마스와미를 비롯, 상무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러트닉 투자회사 캔터피츠제럴드 CEO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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