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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대신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핵심은 "합병 시 주주이익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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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대신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핵심은 "합병 시 주주이익 보호"

입력
2024.12.02 16:30
수정
2024.12.02 16:4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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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이번 주 내 의원입법 국회 제출"
상법 개정안에 비해 적용 대상·범위 축소
"취지 반영... 구체적 가이드라인 낼 것"

김병환(가운데) 금융위원장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김병환(가운데) 금융위원장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운을 띄운 상법 개정에 최근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정부가 대안으로 마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번 주 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이 기업 활동을 제약해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재계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주주 이익 보호 내용을 담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과 함께 브리핑을 열어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상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하는 일반법이므로 법 개정이 미칠 영향을 심도 있고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대안으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이번 주 내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장법인 이사회, 주주 보호 노력 의무

정부가 공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합병 △중요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을 할 경우 이사회는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추후 주주 보호 노력을 위한 경영진의 행동규범을 구체적으로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으로, 합병 등의 목적과 기대 효과, 가액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계열사 간 합병뿐 아니라 계열사 간 합병 시에도 가액 산정 과정에서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주식 시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기계적으로 정할 수 있어 시점에 따라 피해를 입는 주주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앞으로는 이 산정 기준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기업이 공정한 가치를 반영해 가액을 정한 뒤 이를 주주에게 설명하고 공시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해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한국거래소 세칙 개정을 통해서는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제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아예 없애 기한 없는 보호 노력 이행을 유도하기로 했다.

적용 범위 축소... 정부 "불확실성 줄일 것"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비교. 그래픽=신동준 기자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비교. 그래픽=신동준 기자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나오는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와 비슷해 보이지만, 적용 대상이 전체 회사(약 103만 개)에서 상장법인(약 2,600개)으로 줄어들고 적용 행위도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서 규정하는 4가지 행위로 한정된다. 김 위원장은 "범위를 줄여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부정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일상적 경영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췄다"며 "그간 실제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보호가 미흡했던 사례 대부분이 합병 등 재무거래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이사회의 주주 보호 노력 강화 문구를 넣는 것만으로도 상법 개정 취지를 상당 부분 반영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이 '이사의 충실의무'라는 다소 모호한 대원칙을 규정하는 데 반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보다 구체적인 절차 규정으로 구성돼 있다는 차이도 있다. 이 때문에 절차 규정을 지키기만 하면 이사회가 면책을 받을 수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이 '기업 편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구상엽 법무실장은 "정부안이 절차 조항을 세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가이드라인 준수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으로 주주와 기업 모두 집행력과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제 행동에 변화가 생기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 정부·여당 논의를 통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지면 상법 개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여야 합의의 여지가 생긴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논의가 빠르게 이뤄진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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