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반환 보장 없이도 휴전 의향 피력
미온적 나토, 트럼프 귀환… 난관 여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휴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제는 '영토 반환'보다 우선순위에 놓을 만큼 절실하다. 힘겨운 전장 상황과 '지원 회의론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예고된 귀환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나토 반응이 미온적이라 젤렌스키 대통령의 휴전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토 반환'은 '나토 가입' 다음에… 젤렌스키의 전향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한 일본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확약받아 러시아 침공을 억제할 환경이 갖춰지면 일부 영토는 협상을 통해 되찾겠다"고 밝혔다.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건 둘째 치고 '나토 가입'만 충족되면 휴전 협상에 나서겠다는 말이다.
그간 '영토 전체 탈환'을 고수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입장을 바꿔 '나토 가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와 지난달 29일 진행한 인터뷰가 전환점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주장하며 "이는 전쟁의 과열 국면(hot phase)을 막을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휴전하려면 영토 반환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젤렌스키는 일시적으로건 아니건 '영토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이야기를 가장 멀리 진전시켰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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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입장 변화는 현실과의 타협으로 풀이된다. 전황도 어려운 데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내년 1월 20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군은 크림반도 등 일부 영토를 수복할 힘이 부족하다는 게 진실"이라며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못 박은 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라도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은 공격받는 회원국을 함께 방어할 의무를 지는 만큼 러시아도 섣불리 공격에 나서기 어렵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이미 점령당한 영토는 나토에 방위를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역이 나토 가입 대상이어야 한다면서도, "점령당한 지역에 나토의 '방위 우산'이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은 받아들인다"고 스카이뉴스에 말했다.
난처한 나토… 트럼프 취임도 변수
물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은 차치하고라도 우크라이나를 공식 지지하는 나토 내부에서조차 곤란한 기류가 감지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만나 "(나토 가입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가입을 공개 촉구했지만, 나토 측은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 독일 등 나토 회원국 일부는 전쟁 국면에서 가입 초청 결정을 내렸다가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 대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낮다"(폴리티코 유럽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진의는 '열려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젤렌스키의 휴전 구상은)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드미트로 쿨레바는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모든 말은 트럼프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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