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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감액 '시한폭탄' 일단 스톱… 감사원장·검사 '탄핵'은 폭발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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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감액 '시한폭탄' 일단 스톱… 감사원장·검사 '탄핵'은 폭발 직전

입력
2024.12.0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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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장, 본회의 직전 "상정 않겠다" 결단
여야·정부에 쓴소리 "책임과 도리 다해야"
2차 협상시한 10일, 특검 재표결 연기 거론
감사원장 탄핵안 국회 보고, 4일 표결 예정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폭탄 돌리기'가 일단 멈췄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례 없는 '감액 수정안' 상정을 2일 미루면서 강제 휴전을 선언했다. 야당은 '지연' 처리를, 정부여당은 '강행' 처리를 비판하며 맹공을 퍼부었지만 10일까지 일단 협상할 시간은 벌었다.

반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안은 결국 국회에 보고됐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안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4일 다시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통과되면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예산과 탄핵을 오가며 불꽃이 튀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우원식 "10일까지 합의해달라" 강제 휴전

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본회의에 부의된 예산안을 고심 끝에 오늘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정기한(12월 2일) 미준수를 감수하면서까지 미룬 이유는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라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합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예결위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부안보다 4조1,000억 원을 줄인 내년도 예산 수정안을 처리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감액안 내용만 담아 본회의에 올린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후 여야 대치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특히 예비비와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의 특별활동비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정마비라는 목적만 보이고 앞뒤가 안 맞는 예산"이라며 "국민을 볼모로 인질극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디다 쓴지도 모르는 특활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에 우 의장은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맞는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여야에 추가 협상을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충실히 뒷받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뉴스1

우 의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은 10일이다. 당초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재표결을 예고한 날인데, 이를 미루고 예산안 처리만 하는 방안도 민주당 내에서 거론된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을 둘러싼 친윤석열(친윤)-친한동훈(친한)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만큼, 내홍이 극대화 될 시점을 노려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것이다.

양측의 감정싸움까지 겹치면서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감액 권한을 통해 허물어지고 무시당한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바로잡고자 지금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여당 간사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예결소위 위원들이 치열하게 논쟁했던 게 불과 한두 시간 전에 바뀌었다”며 “이재명 대표를 살리기 위해 국회의원의 권위도 떨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켜보던 의원들은 상대 당의 발언 도중 고성을 지르며 가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방탄 예산 폭거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방탄 예산 폭거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감사원장·도이치모터스 수사 검사 탄핵안도 보고

당장의 뇌관은 탄핵안 처리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최 감사원장, 이 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제4차장검사,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무더기로 보고했다. 특히 국회가 감사원장을 탄핵하는 건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사례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탄핵안을 제출하면서 “직무상 (감사원의) 독립 지위를 부정하고, 표적 감사를 했다”며 “감사원장으로서 각종 의무를 위반하고, 국회에서의 자료 제출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명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관련 의혹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긴급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이 전 정부 정치 감사를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당장 멈춰주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권우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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