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문화계 대혼란]
OTT는 드라마 홍보 인터뷰 취소
공연 업계는 취소 번복 우왕좌왕
지상파 3사 뉴스 시청률 고공행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문화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커지면서 예정된 행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말 개봉을 앞둔 영화와 드라마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습 계엄 선포로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다시 소환되기도 했다.
尹 비상계엄 선포는 영화 '서울의 봄' 현실판?
국가적 비상사태에 연예계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속출했다. K팝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 멤버 아이엠(28·본명 임창균)은 3일 밤 KBS 라디오 프로그램 '몬스타엑스 아이엠의 키스 더 라디오'를 진행하며 "속보 전해드립니다, 오늘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라고 관련 소식을 전했다. 청취자들은 "살다 살다 K팝 아이돌이 계엄령 관련 소식을 전하는 걸 듣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 재개봉 요청도 쇄도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하자,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다시 소환된 것이다. 영화는 지난해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영화에서 중무장한 군인들은 서울 시내 탱크와 장갑차 등을 몰고 광화문으로 모인다.
실제 전날 밤 국회 상공에 헬기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화 '서울의 봄' 현실판" "영화에서 전두광이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라고 한 말이 맴돈다" "서울의 봄 다시 보고 싶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에도 엑스(X)에서는 '서울의 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사진과 영화 속 장면을 합성한 이미지들도 SNS에서 회자됐다.
"서현진 인터뷰 취소" "이승환 공연 취소 번복"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4일 예정된 드라마 홍보 인터뷰를 긴급 취소했다. 배우 서현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홍보를 위해 이날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취소했다. '트렁크' 제작 관계자는 "어제 오후 10시 넘어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자정쯤 인터뷰 취소를 결정했다"며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오늘 인터뷰 진행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한 장신구 브랜드도 이날 오전 9시께 예정된 포토월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이 행사엔 배우 정은채, 남윤수, 김재영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MBC는 이날 오후 10시 30분에 방송 예정이었던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스타'도 편성을 취소했다.
비상계엄 불똥은 공연업계로도 튀었다. 가수 이승환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SNS에 글을 올려 4, 5일 예정됐던 콘서트 '흑백영화처럼' 공연 취소 및 티켓 환불 공지를 올렸다. 이승환은 비상계엄이 6시간 후 공식 해제되자 다시 공연을 재개한다고 번복했다. 이승환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할 말 많은 오늘, 더 깊은 짙은 사연과 노래로 만나 뵙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의 공연도 취소 위기에 놓였다가 비상계엄 해제에 재개됐다. 공연기획사 측은 이날 두아 리파의 내한 공연이 변동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7, 8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일본 듀오 요아소비 공연도 변동 없이 진행된다.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조명가게' 등 블록버스터 드라마 공개와 송강호 주연의 '1승' 등 영화 개봉을 앞둔 업계도 정치적 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오징어 게임2' 제작발표회를 연다. 행사에는 총 22개국의 외신 기자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의 밤'에 480만여 시청자 TV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상파 3사의 긴급 뉴스 특보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3일 오후 10시 30분 이후 KBS·MBC·SBS 등 지상파와 JTBC 등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송된 뉴스 특보 등을 482만여 명(추정치)이 자정 넘어서까지 TV로 지켜봤다. 가장 높은 뉴스 특보 시청률을 기록한 방송사는 MBC로 3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수도권 가구 기준 7.4%를 기록했다. 6시간 여 동안 지속된 '서울의 밤'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잠을 설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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