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초청 받아 대만 방문한 중국 대학생
프리미어12 우승에 "중국·타이베이 팀 우승"
대학가 "대만 야구 중국에 뺏기지 말자" 시위
대만에서 때아닌 '야구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일고 있다고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들이 4일 보도했다.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 대학생이 최근 대만 야구팀의 '2024 프리미어12' 대회 우승을 '중국·타이베이 팀의 우승'이라고 표현한 게 대만인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대만 대학생들은 "대만에 '대만팀'은 있지만 중국·타이베이 팀은 없다"며 시위에 나섰다.
논란은 중국 푸단대 재학생 쑹쓰야오의 인터뷰 발언에서 비롯됐다. 쑹은 대만 내 친(親)중국 세력의 거물 정치인 마잉주 전 총통이 이끄는 마잉주재단 초청을 받아 다른 중국 대학생 40여 명과 함께 대만을 찾았고, 이달 1일 대만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털구장을 방문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에서 대만이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 대만 전체에서 축제 분위기가 한창인 때였다.
타이중 구장에서 대만 취재진을 만난 쑹은 "대만의 우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타이베이(中國·台北)의 우승을 축하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 본토와 대만의 동포가 조국을 위해 함께 노력해 야구 수준을 더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 준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도 대만을 '대만(타이완)'이 아니라, '타이베이' 또는 '차이니스 타이베이'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타이베이 팀이 우승했다"는 쑹의 발언은 대만의 우승이 아니라, '대만을 포함한 중국의 우승'이라는 뜻이 된다.
대만인들은 격분했다. 국립대만대 학생 수십 명은 3일 "대만에 중국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은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니라 대만"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국립칭화대 학생들도 학교 정문에서 대만 야구팀 응원가를 부르며 마잉주재단 규탄 시위에 나섰다. 대만 온라인에서도 "중국·타이베이 팀은 어디에 있는 팀이냐" "마잉주 전 총통은 반역자다" "대만 야구를 중국에 빼앗기지 말자"는 등 격앙된 여론이 들끓었다.
정치권도 마잉주재단 비판에 가세했다. 독립주의 성향인 여당 민주진보당의 우쓰야오 대표는 "대만을 폄하하고 대만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부적절한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마잉주재단은 학술교류를 앞세워 중국 대학생들을 초청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통일전선 활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거센 논란에 마잉주재단은 "해당 학생의 발언은 우리 재단의 뜻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마 전 총통은 3일 중국 학생들과의 대만 답사 현장에서 시위대를 맞닥뜨리자 "소란을 피울 필요가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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