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생존율 13.2%... 미시행 7.8%
공공장소에서 심정지 발생하면 생존율 2배
AED 사용률 0.74%, 세계 평균 3~4% 밑돌아
“저희 부부는 청각장애인이라 위급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둘 다 심폐소생술을 배웠습니다.”
“아기를 가지니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소아 심폐소생술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작동된 뒤 깜짝 놀라 얼어붙었지만, 음성 안내를 듣고 곧바로 가슴 압박을 계속했어요.”
4일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이 서울대병원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급성심장정지조사 심포지엄‘. 이날 ‘당신의 심폐소생술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시민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배운 이유, AED를 통해 동료의 목숨을 구한 경험 등을 공유했다. 수상자들은 평범한 시민이라도 사전에 교육만 받았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질병청 조사 결과 일반인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 비율 역시 3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는 AED 사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질병청이 이날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2023년 급성심장정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심정지환자 생존율은 8.6%로 2022년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뇌기능 회복률(생존자 중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한 환자의 비율) 역시 5.6%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급성심정지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심근경색, 부정맥, 뇌졸중 등 질병이 76.6%를 차지했고, 추락과 운수 사고 등 질병 외 원인이 22.7%였다.
급성심장정지 환자를 목격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생존율은 약 2배, 뇌기능 회복률은 2.3배 높아졌다. 지난해 급성심장정지로 119 구급대가 이송한 환자는 3만3,586명인데, 일반인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9,068건에 대해선 13.2%가 생존하고 9.8%가 뇌기능을 회복했다. 미시행된 경우 7.8%만 생존하고 뇌기능이 회복된 경우는 4.2%에 불과했다.
심정지가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경우 생존율이 더 높았다. 환자가 공공장소에서 발견된 경우 생존율은 14.7%였지만, 비공공장소 생존율은 6.9%로 2.1배 차이가 났다. 전은희 질병청 손상예방정책과 과장은 “공공장소의 경우 목격률이 높아 생존율이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급성심정지 환자의 65%는 비공공장소에서, 특히 가정(47%)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 심폐소생술의 시행 비율은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아직 정부의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31.3%로, 2013년(9.1%)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났다. 질병청은 2030년까지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비율을 37%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는 AED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AED는 심정지 환자의 심장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필요에 따라 전기충격을 줘 심장을 다시 뛰게 돕는 기기다. 질병청은 "AED를 사용할 경우 환자의 생존율이 4배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ED 연간 사용률은 2012년 0.02%, 2022년 0.74%에 그쳤다. 한림대 의대 응급의학과 조규종 교수는 “세계 AED 평균 사용률이 3~4%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ED는 다중이용시설,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관광지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다. 덮개를 열고 전원을 켜면 AED가 음성지시로 패드를 붙일 위치를 알려두고, 자동으로 심장 리듬을 분석해 제세동 필요 여부를 판단한다. AED는 물기가 없는 장소에서 사용해야 하고, 기계가 심장 리듬을 분석하거나 충전, 제세동을 할 때는 주위 사람들은 물론 심폐소생술 시행자도 환자와 접촉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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