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참가자들 "안 올 수가 없었다"
교수·학생 대학가 인내심 임계점 넘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4일 오후 6시 2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앞.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겨울 이곳을 뒤덮었던 집회 노래가 8년여 만에 다시 울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분노한 시민들이 도심 한복판에 모여 같은 노래를 합창한 것이다.
이날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내란범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 촛불집회에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6시 시작한 집회는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나 퇴근하고 온 직장인 등이 모인 1시간 뒤엔 주최 측 추산 1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 2,000명) 규모로 커졌다.
비상계엄이란 단어가 생소한 앳된 학생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동대문구에서 달려온 중학생 A(15)군은 "가족과 함께 비상계엄 과정을 지켜보며 분노했다"며 "집회에 꼭 와서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정세이(17)양은 "군인들을 투입하는 등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정부 모습에 충격받아 부모님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며 "우리 같은 청소년이 보기에도 윤 대통령은 책임감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집회 과정에서 마찰도 발생했다. 보수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시위대에 삿대질을 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다 경찰에 제지를 당했고, 참가자들이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차선을 관리하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타오른 촛불
전날 비상계엄 선포로 군경이 들이닥친 국회 앞에서도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국회 본관 앞 계단에 모인 6개 야당 소속 의원과 시민들은 촛불문화제를 열어 현 정권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국회 본관에서부터 의원회관, 정문 등 경내를 행진하며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외쳤는데 행렬 길이가 500m가량 될 정도로 길었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대표는 "국민을 적으로 삼은 윤석열 정권의 운명은 탄핵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도 한목소리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은평구에서 온 지모(24)씨는 "집에서 계엄령 발표를 지켜보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살면서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계엄령이 이렇게 쉽게 선포할 수 있는 것인가 싶었다"고 황당해했다. 여동생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이수미(32)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참여 경험이 있어 이번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후 7시 기준 주최 측 추산 국회 집회 인원은 1,500명으로 집계됐다.
교수와 학생들이 캠퍼스 안팎에서 윤석열 정권을 꾸짖는 등 대학가 분노도 임계점을 넘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는 교수와 연구자 370여 명이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서울대 총학생회도 "불의에 항거하는 4·19 민주 이념을 무참히 짓밟은 행위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동국대에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서 지금 즉시 물러나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재되는 등 캠퍼스 여기저기에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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