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중요한 역할이 입법과 예산, 국정감사이다. 매해 10월은 국정감사의 시간이고, 11월은 예산의 시간이다. 11월은 지난해 정부의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집행되었는지 확인하고, 내년도 예산을 어디에 얼마를 사용할지 정부 계획을 심의, 의결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입법 활동만큼이나 예산 감시도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이다. 예산은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 정부에도 살림살이를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 심의는 국민에게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나라 살림살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중요한 계기이다. 매년 하반기에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전문위원들이 예산안 백서를 만든다. 백서는 정부가 만들어온 예산안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후 대안까지 제시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예산 심의가 시작되면 각 상임위의 예산결산소위원회가 각 부처에서 만든 예산안을 심의한다. 정부 부처에서 동의한 예산 수정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한다. 세부적인 예산을 재심사, 조율하고, 최종적으로 협의를 거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상정된다.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예산안이 최종 통과되면 드디어 다음 해 예산이 결정되는 것이다.
국가 예산은 국민이 낸 세금이니 알뜰살뜰 아껴서 꼭 써야 하는 곳에 쓰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올해 세수 결손액이 이미 29조7,000억 원이고, 지난해 발생한 56조 세수 결손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수십조 원의 세수 결손이 일상화되고 있는 뼈아픈 현실을 지적했다. 긴축만 외치는 공허한 메아리가 민생경제 침체를 초래했고, 민생경제 침체가 지속되니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재정은 불건전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세수 결손의 원인이 감세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55%나 나오고, 정부의 감세 정책이 공정과세가 아니라는 의견이 63%나 나왔음에도 윤 정부는 뻔뻔하게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낙관론만 늘어놨다. 무능한 것도 문제지만, 의도적인 회피라면 더 큰 문제다. 추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2년 연속 발생한 수십조 원의 세수 결손으로, 잘못은 정부가 했는데 벌은 국민이 받고 있다. 환율 방어막인 외평기금은 2년째 빼오고, 청약통장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에서 2조~3조 원을 충당하고,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은 6조5,000억 원이나 집행을 보류하면서 사실상 감액했다. 추경은 거절하더니만, 카드 돌려막기처럼 혈세 리볼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정부 곳간을 걸어 잠글 때가 아니다. 돈을 써야 경기가 살아난다. 중앙 정부가 돈을 뺏어가는 게 아니라 지자체 예산을 확대하고, 재정분권을 강화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 결과, 국세수입은 내년에도 정부 예산안보다 3조9,000억 원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세수 결손이 나올 것이 뻔하다.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닥칠 것이다. 지역화폐 등 민생회복예산은 반드시 수용되어야 한다. 재정이 반드시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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