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6일 총파업
급식 중단 3910개교... 밥 대신 빵
늘봄교실 대체 인력 투입 큰 혼란 피해
"임금인상·노동환경 개선 안 되면 2차 파업"
경기 부천에서 중학생 아들(15)을 키우는 40대 김모씨는 6일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다. 김씨는 "학교 급식 조리사 파업에 따라 점심 급식이 빵으로 대체된다는 소식에 전날 밤 도시락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고 오전 6시 30분쯤 일어나 도시락을 쌌다"며 "하루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도시락을 싸게 된다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초중고교 급식실과 초등학교 돌봄 업무 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바뀐 일부 가정의 등교 풍경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파업 영향으로 급식이 나오지 않은 학교는 3,910곳, 늘봄교실에 교직원이 투입되거나 수업이 열리지 않은 학교 863곳, 돌봄을 미운영한 유치원 37곳, 재량 휴업한 특수학교 3곳 등 4,813곳이다. 급식이 중단된 일부 학교에선 밥 대신 빵이 지급됐다. 학교 사정에 따라 삼각김밥과 우유, 과일 등을 준 곳도 있었다.
이번 파업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급식 조리사와 초등돌봄 전담사, 특수교육실무사가 주축이 됐다. 연대회의는 파업에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약 6만 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전체 조합원 10만 명의 약 60%에 해당한다.
큰 혼란은 없었다. 학생들은 대체식을 간식 삼아 도시락과 함께 먹었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2)군은 "같은 반 친구들도 도시락이나 김밥을 싸 왔다"며 "학교에서 챙겨 준 곰보빵과 초코우유도 좋아해 쉬는 시간에 간식으로 먹었다"고 했다. 돌봄교실과 특수학교 등도 교직원이 대체 업무를 수행한 덕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불만과 공백은 불가피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 30대 박모씨는 "대략 일주일 전부터 가정통신문으로 파업에 따른 급식실 운영 중단과 대체식 급식 가능성을 안내했지만 상황을 묻는 학부모들 문의가 꾸준히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의 중학생 김모(14)양은 "아침을 못 먹었는데 식사용으로는 양이 적은 빵 한 개와 물만 나와 하루 종일 배가 고팠다"고 토로했다. 전체 늘봄교실 운영 학교의 3.3%(201개교)가량은 이날 운영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급식 차질에 '이색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한 학부모는 아파트 커뮤니티에 "급식실 파업으로 초등학생 딸이 도시락을 부탁했는데 둘째 아이가 어려서 밖에 나가기가 어렵다"며 "점심시간 딸에게 도시락을 전해 줄 분을 구한다"는 구인 공고를 올렸다.
"학교 비정규직, 최저임금도 못 받아"
연대회의는 사측인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대우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월 198만6,000원의 기본급을 받는데, 이는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206만740원보다 적은 액수다. 또 일반 공무원이 연평균 429만 원을 받는 상여금은 연 100만 원으로 제한됐다. 9급 공무원 기준 연 225만~420만 원인 명절상여 및 휴가비는 170만 원 수준이다. 1년당 3만9,000원 지급되는 근속수당은 22년 차까지만 증액된다. 공무원이 받는 정근수당과 정근수당가산금, 직급보조비, 특수업무수당은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급 환산액(209만6,270원)과 비정규직 노동자 월급 간 차액 11만270원을 일괄 인상하고 비정규직 임금 체계를 개선할 논의 기구 설치, 정기상여금 150만 원 지급 등을 주장했지만 사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연대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개최한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에서 추가 파업 가능성도 경고했다. 연대회의는 "물가 폭등, 실질임금 하락, 최대로 벌어진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며 "시도교육감들의 책임 있는 결단과 교육부 장관 면담을 촉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시와 연행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학교 급식실의 저임금 고강도 근무환경을 개선하자는 요구에 돌아온 것은 환기시설 예산 삭감이었다"며 "총파업 이후 전향적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2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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