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헝가리 공장, 동유럽 겨냥
기업, 2010년대 후반부터 헝가리로
전기차 생산기지·저렴한 인건비 감안
국내 주요 기업의 해외 진출 국가로 헝가리가 부쩍 뜨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눈여겨보지 않았던 시장인 동유럽을 겨냥하는 한편, 전체 유럽 진출 교두보로서 헝가리를 고르는 기업이 많다. 현지에 정착한 회사가 적지 않다 보니 급식 업체, 은행 등 기업 업무를 뒷받침하는 곳들도 헝가리로 향하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근교 축구장 16개 크기(11만5,000㎡)의 부지에 생산 공장을 짓는다. 1,000억 원을 투자하는 이 공장은 비비고 만두 생산 라인을 먼저 갖추고 이후 비비고 치킨 생산 시설도 증설할 계획이다.
K푸드 인기를 타고 세계로 확장하는 CJ제일제당 입장에서 유럽은 신시장이다. 2018년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주목했다. 헝가리 공장은 CJ제일제당의 유럽 사업이 서유럽 중심에서 동유럽 시장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지닌다.
CJ제일제당처럼 국내 기업이 헝가리에 공장을 세우는 현상은 벌써 몇 년 됐다. 헝가리 투자진흥청 집계 결과 한국은 2019년, 2021년, 2022년 헝가리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였다. 또 2020년, 2023년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투자액이 컸다.
동남아엔 베트남, 유럽은 헝가리
헝가리가 주요 투자국인 이유 중 하나는 유럽의 전기차·배터리 생산 거점이기 때문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이 공장을 세운 헝가리에 생산 시설을 지으면 부품 조달 계약에서 앞서나가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배터리 회사인 삼성SDI 등은 2010년대 후반부터 이미 헝가리에서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유럽연합(EU) 내에 공장을 지으려는 수요가 커진 가운데 인건비·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헝가리가 떠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헝가리는 지리적으로도 강점을 가진다. 동유럽 한가운데 있는 헝가리는 루마니아, 세르비아, 오스트리아 등 7개 나라와 맞닿아 있어 현지에 간 기업 입장에선 진출 국가를 늘리기 좋다.
헝가리에 터를 잡은 기업이 많은 만큼 주로 내수 시장에 집중했던 급식 업체도 진출하고 있다. 헝가리 법인을 세우고 10월부터 삼성SDI 공장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삼성웰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삼성웰스토리의 해외 진출은 중국, 베트남에 이어 헝가리가 세 번째다. 삼성웰스토리는 앞으로 한국 기업은 물론 헝가리를 비롯한 주변국에 있는 해외 기업까지 급식 사업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아울러 현지 한국 기업의 대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을 반영해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헝가리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에 베트남이 있다면 유럽에선 헝가리"라며 "한국 기업의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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