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 애먹이는 업체에 불만
탄피에 ‘부인’·‘방어’ 등 행태 메시지
미국 대도시 뉴욕 한복판에서 총에 맞아 숨진 미 최대 건강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부고에 동정은커녕 비웃음이 쏟아지고 있다. 보험업계를 향한 미국인의 증오가 그 정도로 뿌리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CEO의 사망과 관련한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공식 게시물에 대한 반응 약 4만 건 중 ‘웃음’ 이모티콘을 포함한 게 약 3만5,000건에 달했다. 대부분이었다. ‘슬픔’ 이모티콘은 2,200여 개에 불과했다. 톰슨은 전날 오전 6시 44분쯤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런 냉소적 반응에는 민간 보험 업체를 상대하며 쌓인 미국 가입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반영돼 있다는 게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분석이다. 쇼트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SNS 틱톡에 “나는 죽어 가는 환자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는 것을 보며 함께 아팠다. 그 환자들과 가족들 때문에 나는 그(톰슨)에게 연민을 느낄 수 없다”고 쓴 응급실 간호사의 사례를 NYT는 소개했다.
톰슨 살해 범행 동기도 보험금 지급 거부 관련 불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건 뒤 범행 현장에서 수거된 탄환 탄피에 ‘거부’(deny), ‘방어’(defend), ‘증언’(depose) 등의 문구가 새겨진 것을 경찰이 확인됐다. 해당 문구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거부를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그러나 톰슨은 애먼 희생양에 가깝다는 반론도 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오래 다닌 한 직원은 톰슨이 가입자들의 불만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하는 몇 안 되는 임원 중 한 명이었다고 NYT에 전했다. 이 직원은 톰슨이 생전 직원 대상 연설을 통해 국가 건강보험의 상태와 회사 문화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다른 임원들은 피하는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톰슨 피살을 계기로 다수 대기업에서 임원 경호 상황 점검에 비상이 걸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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