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원로들 광장서 "尹 탄핵" 촉구
종교계·오월단체·지자체도 동참
시민단체 매일 탄핵 집회로 변경
"광주의 시간을 '1980년 5월'로 돌려놓았다."
모두가 다시 분노했다. 45년간 사실상 형해화한 줄 알았던 '계엄'의 망령이 되살아난 탓이었다. 44년 전, 계엄군의 군홧발과 가슴에 튀는 총탄이 난무했던 광주는 또다시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광장(廣場)'의 문을 열어 젖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이 원인을 제공한 건 자명하다. 이들의 야만스러움은 광주의 민주화운동 원로들까지 광장에 다시 서게 했다.
"12·3 포고령은 1980년 5월 17일 발표된 계엄 포고령을 따라 만든 쌍둥이 포고령입니다. 윤 대통령이 5·18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입니다."
9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4층 시민마루. 광주 지역 민주화운동 원로 20여 명은 유리창 너머 금남로를 바라보며 연단에 섰다. 이날 침묵을 깨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권력 찬탈을 위한 제2의 쿠데타를 시도했다"며 "국가수사본부는 내란 연장을 위한 초법적 권력 장악 시도 혐의로 한 대표와 한 총리를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시각, 5·18민주광장에선 광주시 연석회의 지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들은 "계엄을 주도한 국군방첩사령부에 5·18의 원흉인 전두환의 사진이 걸려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이라며 "윤 대통령이 5·18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한 말은 새빨간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는 광주를 인간의 극단적 잔혹성과 존엄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보통명사라고 했다"며 "1980년 5월 광주가 광주시에 국한된 이름이었다면, '2024년 12월 광주'는 계엄령이 선포된 대한민국의 이름"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어 "국회에서는 용감한 시민과 국회의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을 해제시켰고, 대통령의 즉각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탄핵 투표를 해야 할 국민의힘은 투표를 거부하고 내란 동조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광주지역 종교 지도자, 오월단체 대표, 대학 총장, 시민사회단체 대표, 교육감, 자치구 청장, 광주시의원, 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을 탄핵하라." "내란 책임자를 처벌하라." 이날 다시 일어선 광장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외침'은 국민의힘 광주시당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광주 서구 시청로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엔 '제2의 내란 국민의힘 해산' '내란 공범 국민의힘 해산' '탄핵 거부 국민의힘 해체'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 9개가 배달됐다.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판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민주노총 측은 "국민을 저버리고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에게 광주 시민이 분노의 마음을 담아 보냈다"며 "탄핵은 더이상의 국정 혼란과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규탄했다.
급기야 시민들은 매일 광장으로 나올 태세다.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은 매주 토요일 5·18민주광장에서 시민 총궐기 대회 방식으로 진행하던 윤 대통령 탄핵 집회를 매일 시국 성회 형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광주비상행동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권한을 환수하기 위해 투쟁을 변경했다”며 “정권을 퇴진시키는데 머물지 않고 반드시 '국민 권력'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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