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안정적 정국 수습하겠다"
이재명 "윤석열씨 반드시 탄핵"
탄핵 재발의-부결-재발의 반복될 듯
끝장 대치 가열될 전망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200명) 미달로 폐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집단 퇴장'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보수진영은 비상계엄 후폭풍을 수습할 시간을 벌었지만, 위헌적·위법적 비상계엄으로 이미 국정 최고책임자 자격을 잃은 윤 대통령을 감쌌다는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될 때까지 탄핵’을 외치며 추가 탄핵안 발의를 비롯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정국이 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윤 대통령이 자처한 탄핵 위기... 일단은 '모면'
표결에서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모두(105명) 투표하지 않고 퇴장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위한 의결정족수는 재석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2인 200명이다. 야당 의원 192명 전원과 국민의힘 의원 3명을 합쳐도 195명에 불과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시작 이후 3시간가량 국민의힘 의원들을 기다렸지만, 추가 투표자가 나타나지 않아 정족수 미달로 탄핵안 폐기를 선언했다.
이번 탄핵 위기는 윤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발동해 국민을 경악시켰다.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하고, 군부대 이동 상황을 전화로 물어보는 등 계엄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극단적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반감이 최고조로 증폭됐다.
국민의힘 "질서 있는 퇴진, 혼란 최소화" 주장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퇴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대국민 담화에서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방안은 “당내 논의를 거쳐 조속히 말씀드리겠다”고 미뤘다.
'책임총리제-거국내각 구성-개헌 발의' 수순을 밟아 나가겠다는 게 보수진영의 구상으로 보인다.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도 대선 주자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단 대통령을 유지시켜야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가 생긴다"고 내다봤다.
이로써 한 대표가 정국 운영의 전면에 나섰다. 한 대표는 담화에서 “한 총리와의 회동을 정례화하겠다”라며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서 경제, 외교, 국방 등 시급한 국정 현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친한계 한 의원은 “앞으로 2주간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감 있게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가에 한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게 한 대표의 과제다. 한 대표는 국회 점령을 기도한 윤 대통령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탄핵안을 부결시켰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탄핵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무와 권한을 저버리게 했다’는 지적도 뼈아픈 대목이다.
친한계·친윤계 간 계파 갈등 가능성도 상당하다. 친윤계는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힌 추경호 원내대표를 재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윤계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직무 배제, 질서 있는 조기퇴진 등의 방안은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추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정책위의장과 예결위원들이 늦어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각 탄핵, 반드시 탄핵" 민주당 총공세
민주당은 '즉각 탄핵'을 벼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탄핵안 부결 직후 “국민의힘은 주권자를 배신한 범죄 정당”이라며 “대한민국 최악의 리스크가 된 윤석열씨를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 직함’을 생략한 채 탄핵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10일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11일 즉각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그래도 관철하지 못하면 일주일 단위로 탄핵안 발의와 표결을 ‘무한 반복’한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동일인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회기에 한 번밖에 안 된다”며 “회기를 약 일주일 단위로 잘게 나눠서 매주 토요일 탄핵 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탄핵 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한 화력전에 나선다. 10일 본회의에서 ‘위헌 비상계엄 내란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 특별검사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도 처리한다. 이 외에 △김건희 특검법 △국정조사 △청문회 △장외집회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선례’가 있다는 자신감도 깔렸다.
다만 한 차례 무산된 탄핵안의 동력이 주춤할지, 오히려 국민적 분노에 불을 붙여 탄핵 촉구 여론이 한층 거세질지는 미지수다. 당장은 검찰과 경찰의 계엄 수사상황, 야당의 폭로 수위에 달렸다. 이 대표가 탄핵을 쉼없이 밀어붙여 본인의 ‘사법리스크’는 묻어두고 대선에 직행하려 한다는 의심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여야 대치 국면에서 국회가 당분간 탄핵 발의 외에 다른 기능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가 한 대표가 주도하는 정국 운영에 협조할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은 한 대표와 한 총리의 공동국정운영 발표를 두고 "2차 내란"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과 정국 재편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과 주도권 싸움이 절정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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