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어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 체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반면 내란죄 직접 수사권이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검찰의 합동수사본부 구성 제안을 거절하고 자체적으로 김 전 장관 집무실과 공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중복수사 해소를 이유로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했다. 지금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수사기관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일 때인가. 수사에 진정성이 있다면 이렇게 다투기 앞서 국헌문란을 진두지휘한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로 증거부터 확보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어제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한 김 전 장관은 6시간 넘는 조사를 마친 직후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며 윤 대통령 입건 사실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던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크다. 김 전 장관이 경찰이 아니라 검찰에 자진 출석을 한 것을 두고 “검찰로 피신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경찰은 국수본이 정당한 수사 주체라며 검찰과의 합동수사 대신 인력을 추가 투입해 150여 명의 매머드급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을 압수수색하고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았을 뿐 정작 사태의 최정점인 윤 대통령 근처엔 접근도 못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모의하고 지시하고 직접 선포했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내란죄가 인정된다면 최고책임자로서 사형이나 무기징역, 무기금고 외엔 처벌 형량이 없는 중대범죄 피의자다. 관련 증거들이 인멸되지 않도록 압수수색 등을 통해 휴대전화, 보고서류 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아니겠나.
출범 4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성과 하나 못낸 공수처에 수사를 맡기는 것도 미덥지 못하다. 결국 특별검찰이 답이다. 다만 증거 확보에 신속성이 생명인 만큼 어디든 지체 없이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기 바란다. 향후 특검이 구성된 다음 초기 증거 미확보나 훼손이 수사에 큰 장애물이 된다면 검찰도 경찰도 공수처도 계엄의 공범으로 남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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