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영향 토요일 관객 12만 명이나 줄어
“볼거리 늘었는데… 불안 심리가 악영향”
한국 영화 ‘괜찮아’는 내년으로 개봉 연기
연말 특수가 기대됐던 12월 주말 극장가 관객 수가 증가는커녕 크게 줄었다. 많게는 하루 12만 명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발령됐다가 해제된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 영향으로 분석된다. 장기 불황으로 떨고 있는 극장가에 냉기가 더해진 셈이다.
‘소방관’ ‘1승’ 등 신작 효과 못 봐
9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6~8일) 영화관 관객은 164만447명으로 이전 주(180만9,284명)보다 16만8,837명 줄었다. 국회 대통령 탄핵 표결이 있었던 지난 7일(토) 관객(68만927명)은 전주 토요일(11월 30일·80만3,746명)보다 12만2,819명이나 감소했다. 지난 8일(일) 관객(65만205명)도 전주 일요일(12월 1일·69만4,499명)보다 줄었다. 지난 주말 관객 수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8~10일 관객 수는 196만9,575명이었다.
비상계엄 발령 전까지 극장가는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모아나2’가 지난달 27일 개봉해 흥행 몰이(8일까지 220만5,198명) 중이었고, 한국 영화 ‘소방관’과 ‘1승’이 나란히 개봉(지난 4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작 효과가 발휘되기는커녕 관객 수가 줄어들어 극장들은 침울한 분위기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 담당은 “불안 심리가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며 “새 볼거리가 늘었고 ‘모아나2’가 흥행 중이었던 시기라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관객 감소는 비상계엄 발령과 해제 직후부터 감지됐다. ‘1승’ 관계자는 “4일 하루에만 관람권 예매 수천 건이 취소됐다”며 “사람들이 시국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 영화 관람 여유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승’은 19만1,897명이 봤다. ‘1승’ 측은 완성도가 높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입소문을 기대했으나 국민 관심이 정치 쪽에 쏠리면서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됐다.
언론시사 3일 앞두고 개봉 연기도
비상계엄 후폭풍에 따른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조짐에 영화계와 극장가는 더 긴장하는 모양새다. 전통적인 극장가 대목인 연말이 비상계엄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약해졌다고 하나 연말에 대한 영화계와 극장가 기대는 여전했다. ‘소방관’과 ‘1승’에 이어 ‘대가족’(11일), ‘하얼빈’(24일),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31일)이 개봉 바통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투자배급사 NEW의 김민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 새로 개봉한 영화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개봉을 연기하는 한국 영화가 벌써 나오고 있기도 하다. 24일 개봉 예정이었던 한국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9일 오후 개봉 연기를 알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12일 오후 언론배급시사회를 열 계획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관계자는 “정국이 어수선하니 극장 상황이 영화 흥행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상황이 급박해 눈앞에 둔 시사까지 취소하며 개봉을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내년 개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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