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이만희 의원 사무실 벽에다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 불참 비판하려
'내란 수괴범에 동조…' 내용 포스트잇
입건 전 조사받는 학생 "많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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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경북 영천의 이만희 국민의힘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 현장. 이만희 의원실 제공
경북 지역의 고교 3학년생이 불법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한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쪽지를 의원 사무실에 붙였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쪽지 내용에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내용이 담기지 않았음에도 경찰 출석을 요구받아 '과잉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본보 취재와 영천경찰서에 따르면, 경북 영천에 거주 중인 A양은 지난 7일 오후 8시쯤 영천에 있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건물 내부 벽 한편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내용은 "내란 수괴범에 동조한 당신, 국민의 편은 누가 들어줍니까?"였다. A양은 포스트잇 한 장마다 한 글자씩 적어 문구를 완성했다.
A양이 쪽지를 부착한 이유는 이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이 의원은 투표장을 떠난 여당 의원 105명 중 한 명이다. 이날은 A양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탄핵안 폐기를 유도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때였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폐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지역 주민으로서 목소리를 냈던 A양은 9일 오전 영천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경찰은 A양에게 쪽지 부착 사실과 동조자 여부 인적 사항 등을 물은 뒤 10일 오후 '면담'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A양은 한국일보에 "경찰이 포스트잇에 묻은 지문을 분석해 신원을 파악하고 연락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범죄자가 된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A양 주장대로라면 경찰이 사건 발생 이틀도 안 돼 지문 조회를 마쳐 당사자를 특정한 셈이다.
A양이 부착한 쪽지를 신고한 사람은 국민의힘 관계자로 확인됐다. 다만 이만희 의원실 측은 "관련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A양은 현재 입건 전 조사를 받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식 신고 접수 후 학생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입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법률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면담을 앞둔 A양은 "무엇을 그렇게 잘못해서 지문까지 조회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경찰서에 가야 하는데 많이 떨리고 두렵다"고 말했다.
A양 사건이 공론화하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천경찰서 측은 "면담을 거친 뒤 A양 사건을 불입건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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