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히잡 강제 금지" 등 유화책에도
①무기고 처분 ②쿠르드족 ③러 반응
대내외 갈등 여전… 군사적 긴장 지속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총리가 수도를 점령한 반군에 정부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11일간의 반군 작전이 추가 충돌 없이 정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반군도 유화 메시지로 화답했다. 그러나 시리아 군사 자산 및 지정학적 가치를 두고 주요국 간 눈치 싸움이 지속되면서 당분간은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군 "극단주의와 결별" 설득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알잘랄리 시리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 인터뷰에서 "시리아구원정부(SSG)에 권력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SSG는 반군 주축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행정부 격 조직이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대규모 공세를 주도했던 HTS가 이달 8일 수도 다마스쿠스에 무혈 입성한 지 하루 만에 시리아 정부도 완전 항복한 셈이다. 세습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8일 러시아로 망명했다.
HTS도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알잘랄리 총리 회담 영상을 공개하며 평화적 정권 이양 계획을 확인했다.
반군은 국민 불안을 달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군 사령부가 히잡 착용 강제와 국영 언론사 직원 위협 등을 엄금했다고 시리아 매체 알와탄은 이날 전했다. 과거 이슬람 테러 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던 HTS가 '이제는 극단주의와 결별했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킨 셈이다.
갈등 뇌관 ①: 시리아 무기고
다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우선 알아사드 정권이 축적해 둔 시리아의 대량살상무기(WMD) 처분 문제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하다. 2014년 전량 폐기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이 관건이다.
미국은 이 무기가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에 약탈당할 가능성에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온건 성향을 표방하고 있는 알졸라니가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 내 우려도 여전하다고 로이터는 이날 전했다.
무기고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더 큰 불안 요소다. 이스라엘군은 8~10일 화학무기 생산 공장을 포함해 시리아 군사 시설 300여 곳을 공습했고, 다마스쿠스 남부 25㎞ 지점까지 지상군을 진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혼란기를 틈타 오랜 앙숙 관계였던 시리아 군사력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역내 군사 긴장을 높인다는 비판이 거세다.
갈등 뇌관 ②: 쿠르드족
'중동의 집시' 쿠르드족을 둘러싼 반군 내부 갈등도 여전하다. 그간 국가 없는 소수민족의 설움을 견뎌 온 쿠르드족은 시리아 정부 재구성 과정에서 지분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쿠르드족 무장단체는 이번 작전에서 HTS를 지원했고, 과거부터 미국 정부의 IS 소탕 작전에도 중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쿠르드족과 앙숙 관계인 튀르키예 정부는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9일에도 튀르키예군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무장단체를 공습해 어린이 6명을 포함 민간인 11명이 사망했다고 내전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전했다. HTS의 핵심 지원 세력인 튀르키예의 반대는 반군 내분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갈등 뇌관 ③: 체면 구긴 러시아
가장 큰 뇌관인 러시아 정부는 일단 자세를 낮추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기지 동향과 관련해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반군 지도부와) 접촉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항에 해군기지를, 북서부 흐메이밈에 공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시설은 러시아가 중동·아프리카에 군사력을 행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다만 대화가 불발되더라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추가 분쟁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이 경우 러시아는 반군과 자금·천연가스·용병 교환 등 거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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