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 급등
코코아·팜유 등 원재료값 상승
원가 부담 커져 식품 기업 '비상'
재고 비축해 당장 영향 없지만,
高환율 장기화 시 가격 인상 전망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 여파가 밥상머리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화 값이 급락하고 있는 반면 이상 기후 등에 따라 커피, 식용유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고(高)환율 국면이 길어질 경우 올해 이미 한 차례 주요 식료품 가격을 올린 식품업계가 2차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물 가격도 오르고, 환율도 뛰고 '이중고'
1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에 마감했다. 계엄 사태 이후 1,410.1원(4일)→1,415.1원(5일)→1,419.2원(6일)→1,437.0원(9일)으로 이어지던 환율 상승세가 5거래일 만에 꺾인 것이다. 정부가 이날 개장 전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구두 개입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이 1,400원 선 이하로 다시 내려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일부에선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밀가루∙식용유 등 각종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는 식품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라면 주원료인 소맥분(밀가루)과 팜유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간장∙된장 같은 장(醬)류 제품도 수입산 대두를 쓰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당∙원맥∙대두를 수입해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등을 만드는 CJ제일제당은 3분기(7~9월) 사업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후 이익이 142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품기업 관계자는 "2010년대 내내 1,000~1,100원대였던 환율이 2022년부터 1,300원대로 굳어져 부담이 커졌는데 1,400원대까지 오르면 답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매 부서, 경영전략실 등이 모여 환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환율뿐만 아니라 일부 원재료 값도 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최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은 1만 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4,000달러대 초·중반에 거래되던 연초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코코아 등을 수입해 초콜릿을 만드는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8,000달러 선에서 안정화되더니 다시 뛰고 있다"고 했다. 아라비카 원두 선물 또한 연초 대비 70% 이상 크게 뛰었다. 말레이시아 파생상품거래소에서 10월 팜유 선물 가격은 톤(t)당 1,035달러로 1년 전보다 34.9%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두, 옥수수, 밀가루 값은 안정적"이라며 "이들 원재료 값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고 했다.
식료품 값 또 오르나
일단 식품사들은 원재료를 최대 6개월치까지 비축해 두는 만큼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CJ제일제당처럼 해외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일부 기업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이익이 기대된다. 다만 지금 같은 '환율 1,400원' 국면이 석 달 이상 장기화하면 내수 비중이 높은 대다수 식품 기업은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당수 식품업체들이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라면과 과자, 빵 등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는데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는 셈이다.
외식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치킨∙분식∙죽 등 각종 1,300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속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밀가루, 식용유, 커피 원두 등 주요 식당에서 쓰는 원재료 상당수가 수입산"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원재료 값이 폭등하며 물가가 뛴 적이 있는데 환율 불안이 계속되면 외식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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