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북한 매체 "괴뢰한국 땅 아비규환" 첫 보도
적대적 두 국가, 급변하는 정세 고려...신중 접근
북한이 12·3 불법계엄 이후에도 8일간 침묵을 지켰지만 11일 처음 남측의 탄핵 정국 소식을 전했다. 다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비난과 선동 일색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차분한 어조로 상황을 전달해 관심이 모인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일단 거리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대외용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심각한 통치위기, 탄핵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대남 비난 보도를 다시 내놓은 것은 3일 제작이 완료된 4일 자 노동신문에 윤 대통령 비난 성명과 집회 소식을 전한 후 7일 만이다. 다만 당시 보도는 윤 정부를 향한 비판은 있었지만 계엄에 대한 언급은 없어 계엄에 대한 내용은 12·3 불법 계엄 사태 발생 8일 만에 처음 나온 것이다.
매체는 이날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자세히 다뤘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 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6시간 만에 해제되고,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국민의힘 의원의 불참으로 탄핵안이 무효화된 소식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매체는 국회의사당 앞에 운집한 시민들의 행렬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체포' 등을 주장하는 손팻말 등을 찍은 사진 21장도 함께 실었다. 또 이후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개되는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소식을 전하며 "윤석열에 대한 끓어오르는 격분을 안고 각계층 군중이 장기전 탄핵 투쟁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탄핵보다 차분한 논조로 설명
북한 매체가 12·3 불법계엄을 다루는 것을 보면 앞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상 노동신문 6면은 대남 비난 보도로 메워지는데 지난 4일 이후 북한은 남한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사뭇 다른 기조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및 탄핵 정국에서 북한은 대내 매체는 물론이고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까지 총동원해 의혹 제기부터 박 전 대통령 구속, 탄핵 인용, 촛불집회 소식 등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을 '반통일 사대 매국 세력' 등으로 지칭하며 맹비난하는 논평을 쏟아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남보도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달라진 기조는 8년 전과 다른 대내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에 기반을 두고 남측과 물리적 단절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두 국가를 주창한 마당에 한국의 국내 정치에 대한 과도한 비난 언사를 쏟아내는 것이 내정간섭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으로서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이번주 탄핵 표결 결과를 예의주시하다가 국면이 일단락되면 지도부 의견이 반영된 평가보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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