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과 함께 어김없이 철새들이 찾아왔다. 우리나라는 사계절 다양한 철새가 찾지만, 유독 겨울철에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겨울은 명실상부한 ‘철새의 계절’인 것이다. 갯벌, 호수, 논, 밭 등 다양한 곳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철새의 모습은 삭막한 겨울 풍경에 활기를 더한다. 하지만 올겨울 철새는 다른 의미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철새는 권력을 좇아 이곳저곳을 떠도는 정치인이나 관료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철새의 특성이 권력을 좇아 이곳저곳을 서성이는 정치인들과 비슷하다고 비유되면서, 정작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생존을 위해 이동하던 철새들이 욕설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돼버렸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나라와 국민이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이를 수습해야 할 정치인이 권력과 이익을 탐하고, 계엄에 동참한 일부 군인들은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등 철새보다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생존을 위한 이동이라는 본능적인 행위가, 인간의 탐욕과 비교되며 왜곡된 단어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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