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간에 책임 있다" 말한 ABC 앵커
트럼프 "성적 학대'로 유죄, 강간 아냐" 고소
주요 외신 "고소 남발 트럼프 이례적 승리"
미국 ABC방송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명예훼손 소송을 끝냈다. ABC 사회자의 '트럼프 강간 책임' 발언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그간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고소를 남발해 왔지만 승소한 적은 많지 않다. 외신들은 '이례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ABC가 트럼프 대통령 재단·박물관에 1,500만 달러(약 215억 원)를 지급하고 명예훼손 소송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ABC는 트럼프 당선자의 소송 비용 약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부담하고, 유감을 표하는 사과문도 게시하기로 했다. ABC 대변인은 "양측 합의로 소송을 끝낸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 측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3월 ABC와 간판 앵커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를 명예훼손 혐의로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에 고소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스테퍼노펄러스가 방송에서 "트럼프가 강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2023년 칼럼니스트 진 캐럴에 대한 성적 학대와 비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맞지만, 강간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테퍼노펄러스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합의가 "언론 상대로 고소를 남발하는 트럼프 당선자의 이례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 출신 언론인 밥 우드워드 등과의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또 CNN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기각돼 항소했다. 과거 NYT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선 패소했다.
합의를 하지 않고 소송을 계속했다면 ABC가 승리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NYT는 "ABC가 법정 싸움을 계속해도 됐을 것"이라며 "트럼프 같은 공인이 명예훼손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선 언론이 단순히 잘못된 사실을 전했다는 것을 넘어, 해당 정보가 거짓이거나 거짓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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