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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지켜낸 시민의식, 정치권 의미 새겨야

입력
2024.12.16 00: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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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앞에서 한 여성이 아이돌 응원봉과 스케치북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앞에서 한 여성이 아이돌 응원봉과 스케치북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민 여러분의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의 희망은 국민 속에 있다”고 말했다. 위헌적 불법 계엄으로부터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조기에 회복시키고 K-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입증한 건 시민 연대의 힘이었다.

시민들은 3일 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달려가 무장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고 국회 담장을 넘는 국회의원들을 호위했다. 이후 매일 밤 전국 곳곳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 국회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 당론 둑을 무너뜨린 힘이다.

극심한 정국 혼돈 속에서 탄핵집회는 끝까지 질서를 지켜냈다. 14일 서울 여의도 집회에 주최 측 추산 약 200만 명이 참여했지만 안전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집회에 참여하는 낯선 사람을 위해 음식·음료 값을 선불로 결제하는가 하면, 인파·추위 대처법, 개방 화장실 위치 등의 정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는 등 연대 의식도 빛났다.

'탈정치 세대'로 불렸던 청년 세대의 건강한 민주 의식도 확인됐다. 집회를 주도한 건 여성을 중심으로 한 2030세대다. 이들은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하고 빛나는 것”이라는 아이돌 가수 응원봉을 들고 나와 K팝을 부르며 집회 문화를 바꿨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목격하고, 양극화와 능력주의에 고통받는 이들의 누적된 분노와 실망이 그 동력이었음을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되새겨야 한다. 2030세대 여성이 가장 많이 참여한 건 윤석열 정부의 반(反)성평등 정책의 후과라는 사실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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