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시청률 2배, '100분 토론' 7배
48시간 만에 특집 방송한 MBC 'PD수첩'
내부 반대 없이 계엄 특집 방송한 '추적 60분'
소외받던 기성 언론사 시사 프로, 새삼 주목
“평생 이렇게 뉴스, 시사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한 적이 없다.”
9일 유튜브에 게재된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의 ‘긴급취재: 서울의 밤2-내란국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뉴스와 시사 프로 시청률이 급증했다. 정부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하던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계엄 사태 이후 10% 이상을 기록하며 지난달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은 지난 5일 6.3%로 5년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균 시청률이 1~2%였던 ‘PD수첩’(9일· 8.2%)은 4~6배, 1% 안팎이던 MBC ‘100분 토론’(4일·7.5%) 시청률은 7배가 치솟았다. 계엄 사태 전후 영상과 증언들을 모아 국회 상황을 입체적으로 다룬 ‘PD수첩’과 KBS ‘추적60분’은 유튜브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국회 상황 생생히 전한 'PD수첩'
‘PD수첩’은 계엄 선포 48시간 뒤인 5일 저녁 긴급 편성한 45분 분량의 ‘긴급취재: 서울의 밤-비상계엄사태’를 보도했다. 영상과 국회의원 증언 등을 토대로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긴박했던 6시간을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가 315만 회를 넘겼고, 9,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시청자들은 “고작 이틀 만에 국회의원, 각 분야 전문가 인터뷰를 따고 자료를 모으고 편집까지 다 하다니 진짜 빠르다”며 놀라워했다. 22년 차인 김종우 ‘PD수첩’ PD는 “화요일 밤에 일어난 일을 목요일 저녁에 방송하기 위해 밤새 구성하고 토론했다”며 “편집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긴박했고 방송 10분 전에 겨우 영상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PD수첩’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국회 입구에 집기를 쌓고, 본회의장을 지키려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짠 모습 등이 생생히 담겼다. 계엄 선포 당시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야근하던 PD들이 카메라맨도 기다리지 않고 급히 국회로 달려가 찍은 덕분이다. PD들은 경찰의 지휘 혼선으로 국회 문이 30분 정도 열린 3일 밤 국회 내부에 들어가 4일 새벽까지 영상을 찍었다.
김종우 PD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장 이후 시사·탐사 보도 영역도 자극적으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져 PD들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기회가 전보다 적었던 게 사실”이라며 “계엄 사태 보도를 하며 종합적인 시각으로 발 빠르게 고품질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기성 언론이 잘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계엄군 막아선 시민들 집중 조명한 '추적 60분'
KBS에서는 박민 전 사장 취임 이후인 지난 1년간 정부 비판 보도가 자취를 감췄었다.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결방되고 윤석열 대통령 신년 특별대담이 ‘파우치 대담’으로 비판받으며 신뢰도와 뉴스 시청률이 동반 하락했다. 그러나 계엄 사태 사흘 후인 6일 방송된 '추적 60분'의 '밀착 기록, 계엄의 밤'은 달랐다. 방송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늦추려 군인들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장갑차와 군용 버스를 막아서는 시민들을 포착했다. 해당 장면은 국회 바로 앞 KBS 본사에서 야근을 하던 PD들이 맨몸으로 뛰어가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시청자들도 “KBS가 다큐를 이렇게 잘 만드는데… 빨리 돌아오라”고 호응했다. 윤선영 ‘추적 60분’ PD는 “‘KBS가 웬일이냐’고 말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라도 이런 방송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끄럽고 반성하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세월호 다큐멘터리 결방, ‘역사저널 그날’ 폐지 등과 달리 이번 ‘추적 60분’ 방송에는 경영진의 반대가 없었다. 윤 PD는 “계엄 특집 방송을 낼 수 있을지 회의할 때 제작진들은 ‘정파를 떠나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공감대가 강했다”며 "제작진의 입장이 강경했던 데다 박장범 신임 사장으로의 사장 교체기여서 경영진도 통제할 동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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