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재건축 1호 예산 전액 삭감
여야 이견 없는 사업까지 불똥
"정책 바뀐 영향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
탄핵 후폭풍이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책 기조가 흔들려 주택 공급이 위축되거나 거래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당장 노후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할 민생 예산이 통째로 잘려나갔다.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국회는 10일 내년 정부 예산을 확정하면서 서울 노원구 서울중계1단지 재건축 사업비 전액(223억 원)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 사업은 LH 공공임대주택 재건축 1호 사업으로 2020년부터 관심을 모았는데, 또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수도권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이주지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실증 무대를 잃을 판이다.
LH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야 이견이 없는 사업이고 야당 의원이 국회 논의에서 예산 반영을 주도해 충격이 더욱 컸다(본보 11월 26일 자 보도). 기획재정부도 사업 추진에 찬성했지만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민생 사업이 탄핵 유탄을 맞았다는 이야기다. LH는 사업비가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되기만 기대한다. LH 관계자는 “정부 예산 없이는 내년에 설계 공모를 진행할 수 없다”며 “입주자들도 이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예산이 막판에 삭감됐다”고 털어놨다.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 기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련법 제·개정안이 줄줄이 국회 법안 심사에 발이 묶인 탓이다. 재건축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할 ‘재건축·재개발 특례법’, 복합사업 현물 보상 기준을 합리화할 ‘공공주택 특별법’, 정비조합 설립 시 주민 동의율을 완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대표적이다. 전세사기 피해에서 임차인 귀책 사유가 없다면 전세금반환보증 취소를 못 하도록 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도 탄핵 유탄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10월 1만6,319건에서 11월 5,750건으로 주저앉았다. 다음 해 1월에는 3,731건으로 세 달 만에 22%까지 감소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 절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헌재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탄핵 여파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탄핵소추안 가결이 대통령 선거로 이어질지 여부, 그 결과 들어설 정부 성격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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