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 덕에 반군 승리"
전문가 "아사드 정권 몰락에 영향... 美 성과는 아냐"
러, 병력은 철수... 해·공군 기지서 물러날지 미지수
FT "아사드, 현금 2억5000만 달러 러시아로 공수"
시리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축출로 '권력 공백' 상태가 된 가운데, 이 나라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5년째 시리아에서 철권 통치를 펼치며 국가를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뒷배'였던 러시아 역시 시리아 내 자국 대사관을 철수시키면서도 군사 기지만큼은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미국 등 공로 내세우는 건 성급"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확고한 이스라엘 지지 정책 덕에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졌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도 공세를 이어갔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주요 세력 중 하나가 바로 헤즈볼라였다는 게 백악관 주장의 핵심 근거다.
헤즈볼라는 지난 9월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에 잇달아 사망한 데다, 곧이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에 진입해 지상전까지 전개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 틈을 타 이달 초 시리아 반군 주축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은 수도 다마스쿠스로 진격했고, 헤즈볼라는 알아사드 정권을 도울 여유가 없었다. 한마디로 '미국이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을 막지 않아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것'이라는 게 바이든 행정부 논리다.
다만 전문가들 평가는 다르다. 헤즈볼라의 약화가 시리아 반군 승리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 성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의 책임을 미국이 어느 정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브루스 리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P에 "가자 전쟁 시작 후 약 4만5,000명이 숨지고 10만 명이 다쳤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가졌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중동에서 새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미국 등의) 정권이 공로를 내세우는 것도 성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 '중동 내 군사 거점' 포기 안 할 듯
시리아 반군 주도 과도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러시아도 '영향력 유지'를 위해 물밑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15일 시리아 주재 러시아대사관의 일부 직원이 귀국했고, 다마스쿠스에 주둔하던 군인들도 철수를 시작했다. HTS는 "러시아와의 논의 끝에 다마스쿠스 지역에 주둔했던 러시아군의 안전한 철군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 내 군사 기지에서도 물러날지는 미지수다. 흐메이밈 공군 기지, 타르투스 해군 기지 등에서도 러시아 병력을 뺄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7년 알아사드 정권과 이들 기지 두 곳을 49년간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러시아의 중동 정책에 있어 군사 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지를 순순히 포기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알아사드 정권 간 밀착을 보여 주는 정황이 또다시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알아사드 정권이 2018, 2019년 현금 2억5,000만 달러(약 3,950억 원)를 비행기를 통해 러시아로 공수했다"고 보도했다. 100달러와 500유로 지폐로, 총무게는 2톤가량이라고 한다. 에야드 하미드 시리아법률개발프로그램의 수석연구원은 FT에 "러시아는 수년간 알아사드 정권의 재정적 도피처 역할을 해 왔다"며 "2011년 민주화운동 진압 이후, 알아사드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서방 제재 회피의 중심지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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