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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암살조' 주장에 민주당 "상당한 허구 가미" 회의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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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어준 '암살조' 주장에 민주당 "상당한 허구 가미" 회의적 판단

입력
2024.12.17 11:30
수정
2024.12.17 16: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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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민주당 의원실 작성 문건 입수
①한동훈 사살 ②조국 등 구출 시도 "판단 유보"
③北 무기 장착 무인기 동원 "설정 오류"
④군복 매립 "북한군은 민간인·아군 복장"
⑤미군 사살 "실제 부대 상황과 맞지 않아"
이재명 대표에게도 문건 보고돼

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 13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살 계획 등 자신이 받은 제보 내용을 밝히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방송인 김어준씨가 지난 13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살 계획 등 자신이 받은 제보 내용을 밝히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방송인 김어준씨의 '암살조'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허구가 가미됐다"며 회의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사살하고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공작하려 했다는 제보를 우방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했다고 폭로했다.

17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민주당 국방위 내부 검토 문건에 따르면, 김씨의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문건에는 과거의 제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기관의 특성을 악용해 △일부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서 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해당 문건은 김씨의 폭로 다음 날인 14일 작성돼 이재명 대표에게도 보고됐다.

김씨는 앞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계엄군 작전 관련 제보라며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김씨는 계엄군이 ①체포돼 이송되는 한 대표를 사살 ②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김씨가 호송되는 부대를 습격해 구출 시도하다 도주 ③북한산 무기를 장착한 북한 무인기를 공격에 동원 ④북한 군복을 매립하고 이후 북한 소행으로 발표 ⑤암살조가 미군 여러 명을 사살해 미국의 북한 폭격 유도 등의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건은 "주장의 상당수는 비상계엄 선포를 합리화하기 위한 사전 공작"이라며 "그렇다면 계엄 이전에 발생했어야 하는데 이 중 계엄 이전에 실행된 것은 단 하나도 없음"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소행인 것처럼 꾸미려 했던 이유가 전시계엄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함인데, 계엄이 진행된 이후에야 작전을 시행하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김씨가 주장한 시나리오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박했다. 먼저 ③에 대해선 "세부내용 부족으로 판단이 어려우나 '무인기에 무기 탑재'라는 주장부터가 북한 무인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공격용 무인기의 절대 다수가 따로 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자폭형 무인기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의 무기 탑재 방식 무인기는 '새별-9형'밖에 없는데, 새별-9형은 실전 운용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전투기 수준의 대형 기체로 은밀한 공작 목적에 부적합하다. 이에 문건은 "북한으로 위장할 것임을 강조하려다 보니 발생한 설정의 오류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④ 역시 남한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이나 무장공비는 피아식별을 어렵게 하기 위해 통상 민간인 복장 또는 아군 복장을 착용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⑤ 또한 실제 상황을 확인한 결과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씨 주장에 따르면 사살 계획의 중심에 있었던 부대는 경계를 풀어서 암살조 침투를 유도해야 했지만, 계엄 당일 해당 부대는 경계근무 강화 지시를 두 차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계엄 당일 야간 합동 근무 미군도 1명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은 "부대장이 내란 세력과 내통했다면 부대 실정을 이 정도로 몰랐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기 부대 내에서 미군이 사살됐을 경우 발생할 후폭풍을 절대 감내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다만, ①, ②번 주장에 대해선 "세부 내용 부족으로 판단 유보"라고만 적었다.

김씨 스스로도 "확인되지 않은 제보"라고 말해왔던 만큼, 그간 김씨 주장의 신빙성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엇갈렸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도 SBS라디오에 나와 "저는 충분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두둔한 반면,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거기까지 이렇게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될까 하는 그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 와중에 김씨가 폭로에 나서도록 판을 깔아줬던 민주당 내에서 이같은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씨가 처음 제보 내용을 공개한 자리도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이 있는 과방위였는데, 당시 최 위원장은 직접 김씨에게 질문을 하면서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에 대해선 김 최고위원이나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떠넘겼지만, 그간 민주당에서는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이번 문건은 아직 수사를 통해 실체를 밝히기 전에 작성된 민주당의 내부 검토 자료인 만큼 김씨 주장의 진위 여부를 단정짓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에선 곧장 공세에 나섰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닌 선전·선동을 원하는 것이냐"며 "김씨는 국회에 나와 스스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면서 '사살', '테러', '북한 소행' 등의 말을 쏟아냈고, 심지어 민주당마저 김 씨의 주장을 손절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씨를 비롯한 정치인 모두 이번 비상계엄을 기회 삼아 가짜뉴스 선동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태경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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