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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삶'을 위한 고민

입력
2024.12.18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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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담

ⓒ김도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동구매로 구매한 가습기가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고장 났다. 수리비가 물건값의 절반을 넘어 수리해 쓰기를 포기했다. 화를 삭이며 앉아 있으니 동료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낸다. "솔방울로 가습기를 만들 수 있는 거 알아?" 솔방울을 씻어 물에 넣고 끓인 뒤 방에 두면 천연 가습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집 근처 소나무밭을 찾았다. 주말 아침 아이와 함께 바구니 가득 솔방울을 주워 담으며 야외 활동을 했다. 집에 가져온 솔방울을 물에 담그니 그 속에 숨어 있던 거미며 곤충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솔방울은 곤충의 겨울나기 장소였던 듯하다. 솔방울을 물에 씻어 오래된 솥에 넣고 20여 분 끓였다.

올해 핸드크림, 향수 코너에서 인기를 끌었던 '묵직한 우드 향'이 온 집 안을 감싸기 시작했다. 비염이 있던 코가 뻥 뚫리고, 사우나에서 맡았던 포근한 나무 향기가 퍼져 나갔다. 실내 악취 제거에 효과적인 천연 디퓨저 역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방울을 주우러 나간 김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대신할 나뭇가지도 주워 왔다. 이맘때 집 주변 공원을 찾으면 가지치기 후 남겨진 나뭇가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소나무나 향나무 가지는 잎 그대로 가져와 벽에 걸면 멋스러운 작품이 된다. 여기에 오너먼트 몇 가지를 걸어주면 굳이 트리를 사지 않고도 연말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김도담

ⓒ김도담

강원 홍천에 정착한 첫해인 2022년 겨울. 홍천강이 얼어붙어 얼음 썰매를 탔다. 그런데 다음 해부터 같은 위치에서 얼음 썰매를 타지 못한다. 수온 상승으로 강이 얼지 않아서다. 농업과 자연을 가까운 곳에서 느끼며 살다 보니 기후위기가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곤 한다. 지구 온도 상승이 우리 삶, 생태에 미치는 영향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와 각종 병해충 피해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한 해였다. 소비자들은 '사과 대란'같이 폭등하는 농산물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삶 곳곳에서 내 존재가 조금이라도 무해할 수 있기를 고민한다. 내가 경험한 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생태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고민한다.

겨울철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하는 겨울축제가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으면서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고 한다. 홍천에서 열리는 겨울 축제 '홍천강 꽁꽁축제'에서도 포근한 날씨로 홍천강에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자 대안으로 강 위에 임시 시설인 부교를 설치해 송어 낚시터를 운영했었다. 대다수의 현장에서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임시방편 찾기에 급급하다. 먹고사는 모든 부분에서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을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지난 2주간은 무기력함과 더불어 깊은 분노가 차올랐다.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는 끝없는 불안과 공포, 트라우마를 남겼다. 누군가는 경고용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는 통치를 하고, 누군가는 집에 있는 가장 밝은 불빛을 들고나와 국회 앞을 밝혔다. 소비 위축으로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국민이 쥐여준 투표권을 거부하고 시간을 끌며 당리당략을 고민했다.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 땅에 무해할 수 있기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김도담 지역가치창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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