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정부는 올해 청정수소 발전 입찰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청정수소 발전이란, 온실가스를 현저하게 적게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청정수소로 전기를 생산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입찰제도란 자격을 갖춘 발전사들이 적어낸 가격 중에서 사전에 정해진 상한가격을 넘지 않은 것을 고르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청정수소로 만든 전기가 '28년부터 매년 6,500기가와트시(GWh)씩 공급될 계획'이었다. 이에 공기업의 5개 발전소와 민간기업의 1개 발전소가 총 6,172GWh 규모로 입찰에 참여했다. 지난 2일 그 결과가 나왔는데, 공기업 1개 발전소 750GWh만 낙찰자로 결정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탈락했다.
입찰 경쟁률이 95%로 아쉬웠는데 실제 낙찰률은 12%에 불과해, 과연 수소경제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입찰제안서 평가가 비공개로 이뤄져 낙찰률이 낮은 이유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1개 발전소만 정부가 사전에 정한 상한가격 조건을 만족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상한가격 및 낙찰자의 입찰가격은 각각 kWh당 500원 및 400원대로 보인다. 이 발전소는 이미 정부 및 자체 자금으로 투자가 제법 이뤄져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입찰할 수 있었다. 나머지 공기업 및 민간기업은 각각 kWh당 500원대 및 600원대의 가격으로 입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전은 대략 kWh당 140원에 전기를 사서 송전, 변전, 배전, 판매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kWh당 20원)을 붙여 kWh당 160원에 전기를 팔고 있다. 일반 농산물보다 유기농 농산물이 훨씬 더 비싼 것 같이, 청정수소 발전 단가는 현재의 발전 단가보다 3배 이상으로 제법 높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내년에 청정수소발전 입찰제도를 운용할 때 4가지를 개선해야 한다.
첫째, 낙찰 시점부터 상업 발전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의미하는 준비기간(3년 또는 4년)은 너무 짧으므로, 2년 정도 더 늘려야 한다. 목표 대비 입찰 참가율이 95%에 불과한 것은 이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었다.
수소 또는 암모니아의 활용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용성을 충분하게 확보하면서 터미널 및 탱크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제법 소요된다. 게다가 발전소의 입지는 어차피 기존 발전소 부지 혹은 인근 부지로 제한되는 반면에, 송전선로는 부족하여 계통연계를 위해 한참 기다려야 한다.
둘째,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어야 한다. 상한가격을 올리는 것은 한전의 부담만 늘리므로 어렵다. 하지만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정부 재정을 투입하여 청정수소발전 비용을 일정 정도 보조한다면 입찰가를 낮춰 청정수소 발전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은 정부 보조금을 통해 청정수소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셋째, 청정수소 발전에 투입되는 연료는 결국 해외에서 수입돼야 하는데, 발전사업자가 그 리스크를 전부 떠안기보다는 적당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즉 특정 가격으로 낙찰자를 정하더라도 실제 정산 가격은 물가 및 환율을 각각 절반씩 반영하여 매년 변동되도록 결정되어야 한다.
넷째, 낙찰자로 결정된 청정수소 발전소의 이용률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 청정수소 발전 연료는 불가피하게 의무 인수(take-or-pay) 조건으로 수입될 수밖에 없다. 이 조건을 없앤다면 가격이 30% 이상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용률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발전소는 비싸게 구매한 연료를 처분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글로벌 수소경제 경쟁에서 앞서겠다고 청정수소발전에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정부가 초기 청정수소발전의 안정화를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마중물 역할을 해 준다면, 청정수소발전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는 깨끗한 전기의 안정적 공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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