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간이 기각 사유에 미해당"
"통상절차 따라 판단 받게 할 것"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이 당분간 중단된다. 법원이 이 대표 측의 법관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 정식 판단절차를 밟기로 해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17일 이 대표의 제3자뇌물 등 혐의 사건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의 법관 기피 신청은 통상 절차에 따라 판단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제기할 수 있는 법관 기피 신청은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할 경우 해당 법관이 이를 간이 기각할 수 있으나, 재판부는 이날 “이 대표 기피신청은 간이 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재판 절차는 일단 중지됐다. 이 대표의 법관 기피 신청은 수원지법의 다른 재판부가 맡아 심리하게 된다.
전날(16일) 이 대표 측은 형사소송법 제18조에 따라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재판부에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대표 측 이장형 변호사는 이날 법원 앞에서 “현 재판부는 이 사건 사실관계가 상당히 일치하는 이화영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선행 사건에서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유죄 예단을 곳곳에서 드러냈다”며 “(재판부가) 이화영 사건의 확정판결이 본 재판의 증거자료가 된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의 입장을 피력했다”고 기피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현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동일한 이화영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1심 사건을 심리 및 판결했기 때문에 전심 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재판부를 선택하겠다는 특혜 요구”라며 즉각 반발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공범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판부 기피 신청이 인용된 전례는 한 번도 없다”며 “피고인은 기소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조차 밝히지 않았고 이번 법관 기피 신청으로 본건은 또다시 두 달 이상 재판이 공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간이 기각 결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관 기피신청은 통상 1심부터 대법원이 판단을 내리기까지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1심에서 끝나지 않으면 이 사건 재판은 상당기간 중단될 전망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월 30일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형사11부에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했으나 당시 재판부는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10월 8일)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북한 측이 요구한 도지사 방북 의전비용 명목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으로 이 전 평화부지사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편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뒤 같은 사건 뇌물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 전 부지사 측도 지난달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으나 기피 사건을 심리한 같은 법원 형사13부(부장 박정호)는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같은 달 25일 기각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 측이 즉시 항고해 수원고법이 다시 판단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굳이 (공판준비 절차를 마친) 김성태 피고인을 분리해 심리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종적으로 다른 피고인들(이재명·이화영) 기피 신청 결과가 정리되면 한 번에 진행하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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